14. 국내 서버 시장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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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국내 서버 시장 평가와 전망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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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17개 분야 2002년 평가와 2003년 전망
14. 국내 서버 시장 평가와 전망

경기 침체·기업 구조조정 여파 불구 ‘소폭’ 성장
유닉스 서버 시장 경쟁 ‘심화’ … IA 서버 매출 ‘기대 이하’

올해 국내 서버 시장은 지난해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큰 시장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해 이슈가 됐던 서버 통합은 올해 실질적인 시장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은행 통합 및 구조조정으로 인한 투자 또한 증가가 예상된다.

IA 서버, 유닉스 공략 ‘시기상조’

지난해 국내 서버 시장은 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약 5% 가량 성장한 1조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OS별 시장 점유율은 유닉스 75%, NT 2%, 메인프레임 16%, 리눅스 2%, 기타 5%로, 200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유닉스 서버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유닉스와 리눅스는 약 5% 가량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윈도NT와 OS/390 등의 플랫폼은 매출 감소를 면치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2년 인텔 기반 서버 시장은 수량 면에서는 전년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매출 면에서는 감소를 면키 어려웠다. 하반기 들어서도 닷컴 기업의 투자 위축이 계속됐고, 공공 부문의 수요 기대 미달, 대기업의 투자 감소 등 부정적 요소가 지속됨에 따라 시장 활성화에 결국 실패한 것이다. 게다가 업체간 가격 경쟁이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양상을 보여 시장 위축을 부채질했다.

장성환 LGIBM x시리즈 시스템 사업부 과장은 “2002년의 IA 서버 시장의 특징은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전반적인 IT 경기의 부진으로 IA 서버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극도로 심화됐다. LGIBM의 경우에도 평균 단가가 2001년에 비해 약 70%에도 못미칠 정도였다. 이 밖에 2세대 IA-64비트 제품의 시장 확산 실패, HP의 컴팩 합병에 따른 채널 조직과 시장의 변화 등도 로우엔드 서버 시장 쇠퇴의 주요 원인이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에 비해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는 없지만, 주요 업체들이 IA 서버에 대해 집중적인 투자를 계획 중이어서 다소나마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IBM과 HP는 올해 IA 서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인텔 역시 올해 중순을 전후로 ‘아이테니엄2(매킨리)’ 후속모델인 ‘메디슨’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썬, 시장 선두 탈환 ‘실패’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전체 서버 시장의 위축이 지난해 국내 서버 시장을 관통하는 커다란 흐름이었다면,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한국썬의 부진과 한국HP, 한국IBM의 급성장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한국썬은 2001년에 이어 2002년에도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2년 1/4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썬 파이어 미드프레임 서버 및 저가 제품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통해 유닉스 서버 시장 선두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2/4분기부터 한국HP와 한국IBM에 밀리면서 다시 업계 3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특히 지난해 공격적인 영업을 구사했던 하이엔드 서버 ‘썬 파이어 15K’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은 한국썬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정통부, 교육부, 삼성생명, KT, LG카드, 대구카톨릭대학교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제품이 공급되기는 했지만, 한국HP와 한국IBM의 실적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치이다.

이로 인해 한국썬은 미드레인지 및 로우엔드 서버 시장에서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2/4분기에 발표한 ‘썬 파이어 12K’는 ‘레가타 킬러’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IBM의 ‘p시리즈’를 압박하는 데 실패했으며, 철도청, 군, KTF 등 일부 고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결국 한국썬은 지난해 9월 사령탑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했으며, 대고객 서비스, 파트너 정책, 그리고 영업 조직까지 재편하고 나섰다. 한국썬은 올해 중대형 서버 시장에서 경쟁사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고객에 보다 밀착된 영업을 펼쳐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각오다.

한국HP, 유닉스 서버 1위 ‘굳히기’

한국썬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HP는 컴팩과의 합병으로 유닉스 서버는 물론 PC 서버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 서버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온라인 데이터 처리(OLTP) 및 데이터 웨어하우징 벤치마크에서 기록을 갱신하며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수퍼돔’은 한국HP가 서버 시장의 1인자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수퍼돔은 국내 출시 2년만에 60여개 고객사에 150여대가 공급됐으며, 고객사들도 금융, 공공, 제조, 통신, 인터넷 등 분야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특히 국내 주요 고객사로 8대의 수퍼돔을 사용중인 국민은행과 포스코, 대법원, 마사회 등을 확보, 국내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의 75%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HP는 내년 초부터는 인텔 IA64 칩을 탑재한 수퍼돔을 출시해 그 동안 로우엔드 기종에만 채택해왔던 인텔 플랫폼을 하이엔드 제품에까지 확산시킬 계획이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전세계 서버 시장에서 HP는 전세계 서버 공급대수의 30.3%를 공급해 2위 업체와 2배 이상의 격차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HP는 세계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썬을 제치고 매출액 기준 32.9%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미드레인지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도 매출액 기준 42.5%, 판매 대수 기준 5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리눅스 서버 시장에서도 HP는 매출액 기준 31.7%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IBM, 괄목성장 두드러져

한국IBM 역시 올해 국내 서버 시장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한국IBM의 하이엔드 서버 ‘p690’은 제품 출시 6개월만에 전 세계적으로 1,000개 박스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출시 후 10개월만에 1,500개 박스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했으며, 이에 힘입어 국내 하이엔드 서버 시장에서의 한국IBM 입지도 크게 상승했다.

한국IBM의 p시리즈 하이엔드 서버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내 판매 대수가 이미 250대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p690은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원), 하나은행, 외환카드, 삼성SDI, 농협, SK텔레콤, 경찰청 등 굵직한 사이트를 확보, 향후 전망을 밝게했다.

아달리오 산체스 IBM p시리즈 총괄 사장은 “한국은 p690을 비롯한 IBM의 레가타 시스템을 도입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한국은 많은 기술이 동원되어야 하는 산업, 생명공학, 고성능 컴퓨팅 쪽에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BM은 계속해서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뿐 아니라, 한국에 많은 포커스를 둘 계획이다. 현재 IBM은 한국 내 비즈니스 파트너, 고객사와의 관계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IBM은 이미 국내 하이엔드 서버 시장에서의 기반을 확고히 마련했다는 판단 하에, 향후 중소형 서버 사업을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2003년 서버 신기술 접목 ‘관심 집중’

유닉스 서버 시장이 치열한 선두다툼이라면 PC 서버 시장은 조립 서버와의 가격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01년 조립 서버의 약진으로 치열한 가격경쟁을 치뤄야 했던 PC 서버 벤더들은 지난해 결국 조립 서버에 수위를 내주고 말았다.

지금껏 PC 서버 시장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던 컴팩은 HP와의 통합과정에서 가격 및 영업 재량권이 크게 축소됨에 따라 눈뜨고 시장을 빼앗기는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LGIBM은 IA 서버 시장에서 43%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 HP(30%)를 앞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내 서버 시장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 통합이나 대형 은행 합병과 같은 이슈를 제외하면 시스템 영업에 미칠 긍정적인 외부 요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 IT 투자가 올해 하반기에 가서야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 국내 서버 시장이 반드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현재 서버 벤더들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신기술 접목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 성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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