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네트워크 주요 기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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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네트워크 주요 기술 분석
  • 정광진 기자
  • 승인 2002.1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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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Technology)도 사람의 일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태어나서 부모의 보호를 받는 유소년 시절을 보내고 청장년기에 한껏 불꽃을 태우다 중년과 노년을 지나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운명처럼 기술 역시 ‘탄생-도입-성장-발전-쇠퇴기’를 지나 소멸된다. 물론 거시적 관점에서 한 세대의 종말은 다른 세대의 길을 열어주는 과정이듯 새로운 기술은 사리지는 기술의 자양분을 발판으로 잉태되는 것이다. 2002년을 뜨겁게 달군, 그리고 2003년 ‘만개(滿開)’를 준비하고 있는 기술들을 점검해 본다.

‘메트로’와 ‘이더넷’은 최근 네트워크 경향의 핵심 키워드다. ‘도시(Metro)’ 구간을 연결하는 맨(MAN)은 그간 왠(WAN)과 랜(LAN)의 그늘에 가려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원거리를 연결하는 왠은 롱홀 DWDM 등에 의해 수십 기가비트까지 파이프가 확장됐고, 내부 네트워크인 랜 역시 이더넷의 눈부신 발달로 기가비트 백본을 중심으로 10/100Mbps 구성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두 구간을 연결하는 맨은 지금까지 병목의 주범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으며 실제 가입자에게 T1(1.544Mbps), E1(2.048Mbps), T3(44.746Mbps) 수준의 대역폭을 제공하는데 머물렀다. 이러한 맨이 이더넷을 만나면서 사정은 크게 바뀌었다.

지난 72년 개발된 이더넷은 X.25, 토큰링, FDDI, 프레임 릴레이, ATM을 차례로 몰아내고 랜을 평정했고 최근 그 영역을 맨, 왠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10Mbps에서 출발한 속도도 올해 10기가비트 표준이 정해지면서 1,000배 이상 빨라졌다. IP 패킷에 최적화된 이더넷이 파이버를 이용해 40~70Km까지 지원거리를 넓히면서 도시로 진출함으로써 기존 SONET/SDH 진영도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맞불을 놓고 있다. 현재 메트로 옵티컬 이더넷, MSPP로도 불리는 차세대(NG) SONET, RPR, 메트로 DWDM 등이 도시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다.

1. 메트로 옵티컬 이더넷

메트로 이더넷은 광케이블(파이버)을 통해 기존 SONET/SDH, ATM, POS(Packet over SONET) 등의 전송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롱홀을 지원하는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한다. 장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00베이스 Sx/Lx를 통해 70Km까지 적용 가능하다. 메트로 이더넷은 맨 영역에서 전송장비 도움없이 라우터나 스위치를 이용해 망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망 구성이 단순하고 관리나 구축비용도 저렴하다.

광케이블 포설 상황은 메트로 이더넷 사업의 관건이다. 각 가정까지 광케이블을 인입하는 FTTH(Fiber To The Home)는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건설 기간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주택 앞 도로까지 광케이블을 연결하는 FTTC(Fiber To The Curb)나 대규모 업무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FTTO(Fiber To The Office)는 국내에서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구축되었기 때문에 메트로 이더넷 서비스가 가능하다.

PC방ㆍ가정용 인터넷 접속 서비스 주류

국내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메트로 이더넷 서비스는 광(옵틱) 인터페이스를 가진 라우터스위치를 이용해 구성하는 메트로 옵티컬 이더넷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국내는 인구가 조밀하고 밀집 지역이 많기 때문에 미국이나 타 국가보다 빠르게 메트로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메트로 서비스는 기업의 전용선을 대체하기 보다는 PC방, 가정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에 머물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기업들이 메트로 옵티컬 이더넷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업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미국은 IXC(International Exchange Carrier), ILEC(Incumbent Local Exchange Carrier), CLEC(Competitive Local Exchange Carrier), ESP (Ethernet Service Pro vider) 등 다양한 계위의 통신사업자가 존재한다. 이는 자체 SONET/SDH 망이나 광케이블을 확보하지 못한 CLEC이나 ESP가 이를 임대해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美 야입스나 코젠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땅덩이가 작은 우리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미국처럼 계층별로 통신사업자가 존재하지 않고 한 사업자가 전용선에서부터 전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메트로 이더넷 자체의 안정성과 보안성 문제로 기업 전용선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아니라 자사 전용선 사업을 깎아먹으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카니발리제인션(Cannibalization)’ 문제 때문에 기업 전용선 서비스 도입이 늦춰지고 있다.

장애복구 시간ㆍ보안 문제 해결이 ‘과제’

메트로 옵티컬 이더넷의 가장 큰 장점은 장비 구성이 간단하고 따라서 도입 및 운영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값비싼 전송장비나 라우터 없이도 사무실에 랜 구조를 그대로 확장한 개념이기 때문에 스위치만으로도 구성이 가능하다. 또한 SONET/SDH 계위의 T1, E1, T3처럼 정해진 대역폭이 아닌 10M, 20M, 100M 등 대역폭 조절이 가능해 효율성이 높다.

대역폭을 조절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이더넷은 트래픽 쉐이핑(Shaping)을 사용한다. 트래픽 초과시 폐기해버리는 레이트 리미팅(Rate Limiting)과 달리 트래픽 쉐이핑은 설정해 놓은 값 이상의 트래픽이 발생될 경우 초과한 트래픽을 폐기시키지 않고 일시적으로 버퍼 메모리에 넣어 전달한다. 따라서 통신사업자가 물리적인 100Mbps 이더넷 포트를 고객에게 제공한 후 초기에는 10Mbps 서비스를 제공하다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대역폭 제공을 위해 직접 고객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며, 서비스 변경도 매우 신속하게 이뤄진다.

트래픽 쉐이핑 기능에서 중요한 사항은 오차율이 매우 작아야 하고, 적용하더라도 장비 전체 기능 및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서비스 도입 초기 이 기능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아 탈이 많았다. 장비 업체들은 기능 지원에 문제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실제 망에 적용되면서 그 오차율이 너무 커 통신사업자가 애로를 겪기도 했다.

메트로 옵티컬 이더넷의 단점으로는 긴 장애복구(Fail Over) 시간에 따른 안정성과 보안 문제다. SONET/SDH 전송 구조에서는 어느 한 망에 장애(Cut Off)가 발생할 경우 50밀리초(ms) 이내 즉각적인 복구 기능이 뛰어나다. 반면 이더넷 링 구성은 브로캐스트 폭풍, 맥 테이블 지속 업데이트에 따른 네트워크에 대한 안정성이 불안하다.

이더넷은 장비간 회선 장애에 대비해 우회경로를 구성하며 이에 따른 루핑(Looping)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STP(Spanning Tree Protocol)을 운영한다. 현재는 STP보다 진보된 RSTP(Rapid STP)를 사용, 2~3초 안에 장애를 복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SONET/SDH가 제공하는 50ms 이하의 복구시간을 지원하는 표준화된 기술은 없다. 장애발생시 긴 복구시간은 일반 인터넷 트래픽인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지연에 민감한 음성 서비스와 세션이 도중에 끊기면 안 되는 중요 데이터인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라우터에 의해 각각의 네트워크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 다른 가입자가 하나의 랜처럼 묶여버린 메트로 옵티컬 이더넷은 필연적으로 보안 문제를 동반한다. 이를 막기 위해 가상랜(VLAN) 기술과 MPLS과 결합된 VPN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업체 및 전망

리버스톤과 다산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케이블트론에서 엔터라시스와 함께 갈라져 나온 리버스톤은 메트로 옵티컬 이더넷 전문 업체로 스타 대접을 받았다. 비록 본사가 통신 시장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입지는 아직도 탄탄하다. 다산 역시 절묘한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리버스톤과 전 세계 리셀러 계약을 맺음으로써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중대형 장비는 국내에서 리버스톤, 익스트림, 시스코 3강 체제며 올해 잠시 손을 놨던 파운드리는 내년 시장 진입을 다짐하고 있다. 엔터라시스는 엔터프라이즈 쪽으로 선회하며 손을 놨고 알카텔과 어바이어는 장비는 있지만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일 듯 하다. 애트리카가 자사 고유 기술로 50ms 이하의 복구 능력을 지원하는 제품을 들고 나와 과연 내년에 시장을 개척할지도 주목거리다.

통신사업자의 경우 KT, 데이콤, 하나로통신이 PC방 및 사이버아파트를 중심으로 치열한 혈전을 벌였으며 한솔아이글로브, 드림라인, 두루넷, 엔터프라이즈 네트웍스, 온세통신 등이 참여하며 춘추전국 시대를 열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장될 것이 분명하며 내년부터 기업용 전용선 서비스도 서서히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돼 전망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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