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트워크 시장 “이제는 변해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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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네트워크 시장 “이제는 변해야 살 수 있다”
  • 강석오 기자
  • 승인 2002.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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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네트워크/통신 업계는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IT 시장의 축소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역시 IT 시장의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관련 업계의 기대와는 반대로 얼어붙은 시장 경기로 인해 사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네트워크/통신 업체들의 올 3/4분기까지의 실적에서 극명하게 나타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자전환이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에도 국내외 경제 사정이 어두울 것이라는 잇따른 전망에 따라 IT 시장, 그 중에서도 네트워크 시장의 경기 회복은 요원한 상태로 내년 역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 관련 업체들은 단순한 매출 확대나 수익 개선 차원이 아닌 이제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운데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솔루션 및 서비스 발굴, 자체 장비 개발 강화, 해외 진출, 협력 강화 등 다양한 생존 해법을 찾고 있지만 IT 투자 확대에 따른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내년은 고사하고 당장 겨울나기조차 버거울 전망이다.

불안한 국내외 정세와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내년도 경제 전망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마다 현금 확보를 위해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IT 부문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등 얼어붙은 투자 심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IT 시장은 물론 지난해부터 급속히 가라앉기 시작한 네트워크 시장의 경기 또한 회복될 조짐을 좀처럼 보이고 있지 않다. 따라서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네트워크 관련 업체들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네트워크/통신 업계의 위기감이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기 침체 여파로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의 프로젝트 발주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프로젝트 역시 연기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금융권, 군 등의 프로젝트가 네트워크 업계의 가뭄속 단비 역할을 하곤 있지만 이 또한 일부 업체만이 해당사항이 있을 뿐이다.

이렇듯 시장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내실보다는 외형 부풀리기에 주력했던 네트워크/통신 관련 업체들도 늦은감은 있지만 그간의 안일한 대처에서 벗어나 거품을 없애고 실속 있는 장사를 위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해외 시장 등 신규 시장 개척이나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시장 다변화에도 눈을 돌리고는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모습이 역력하다. 꽁꽁 얼어붙은 IT 경기가 풀리지 않고서는 시장 개척에도 한계가 있어 네트워크 업계의 위기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네트워크 업계, 3/4분기 실적도 악화

대부분의 네트워크/통신 관련 업체들이 상당한 매출 달성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실속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포화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의 생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매출 발생을 위한 저가, 출혈 경쟁으로 업체들의 수익성 또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악순환이 올해 역시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는 않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중요 레퍼런스사이트 확보를 위해 노 마진이나 마이너스 마진을 감수하면서도 수주하는 경우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네트워크 시장의 침체 장기화는 저가, 출혈 경쟁을 부추기면서 관련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 네트워크/통신 업체들의 올 3/4분기까지 실적을 보면 참담할 정도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네트워크 구축, 유지보수, 장비 유통 등 그간의 천편일률적인 사업 형태로는 수익 창출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를 보장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조되고 있는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수익 구조 개선이 최우선으로 고부가가치 신규 사업 추진, 해외 시장 개척 등 사업 다각화와 더불어 시장 다변화만이 네트워크 업계의 살길이라는 때늦은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3/4분기까지 주요 업체별 순이익을 보면 쌍용정보통신(-431억원), 에스넷(-17억원), 코리아링크(-199억원), 인네트(-24억원), 인성정보(-41억원), 뉴씨앤씨(-45억원), 인터링크(-42억원), KDC정보통신(-7억원), 한아시스템(-65억원), 하이콤정보통신(-33억원), 테라(-19억원)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해 극심한 사업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콤텍시스템(15억원), 다산네트웍스(18억원), 링네트(7억원), 앤콤정보시스템(6억원), 오픈베이스(16억원) 등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소수 업체만이 순이익 흑자를 달성, 그나마 선전했다.

네트워크/통신 시장 침체 ‘장기화’ 우려

이처럼 대부분 업체들이 극심한 사업 부진을 겪으면서 이들 업체들은 매출 확대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경쟁적으로 살길 찾기에 나서고 있다. 고부가가치 솔루션 및 서비스, 기업용 솔루션 기반의 SI, 자체 장비 개발 강화, 해외 및 신규 시장 개척 등 사업 다각화와 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적된 재고와 장비 공급 가격의 하락 등으로 인한 악화된 현재의 수익 구조에서 생존 자구책이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통신 관련 업체들의 사업 다각화 등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다하는 위기 모면용이 아닌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기업 체질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업체들이 고수익 사업을 위한 아이템 물색을 위해 구석구석을 뒤지면서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마구잡이식의 사업 다각화가 아닌 자사의 강점이 있는 부문에서의 사업 강화와 경영 마인드 변화를 통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추진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간 대부분의 업체들이 매출 확대와 눈앞에 이익에 급급해 수익 구조 개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 경쟁력 강화를 소홀히 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진입 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은 NI 시장은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 들면서 저가 경쟁이 유행처럼 확산되면서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금도 되풀이되면서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더구나 올 초 기대와는 어긋나 경기 위축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네트워크 업계의 고전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통신사업자들의 조기 투자 확대 발표를 계기로 그나마 숨통이 터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생기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하는 것이 관련 업계의 입장이다.

이처럼 사업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통신 업체들의 고사 위기가 점점 커져가고 있어 내년도 업계의 판도를 예상할 수 없는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텔코, 군, 금융권 등 확실한 사이트를 잡고 있는 대형, 특화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 벤처 업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고 장담할 수만 없는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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