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국내 라우터 시장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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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내 라우터 시장 평가와 전망
  • 정광진 기자
  • 승인 2002.1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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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17개 분야 2002년 평가와 2003년 전망
3. 국내 라우터 시장 평가와 전망

폭발적 성장세 접고 ‘정체’… 내년 시장도 ‘보합세’
통신/서비스사업자 투자 위축이 ‘직격탄’ … 에지 시장 경쟁 심화

네트워크 장비의 ‘마담’격인 라우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시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전체 네트워크 장비 시장 규모에 있어서도 지난해 스위치에 권좌를 내 준 후 그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IDC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라우터 시장은 8,890만달러, 스위치는 1억3,330만달러로 나타났으며, 올해 2/4분기 국내 전체 네트워크 장비 시장(라우터, 스위치, NIC, 공유 허브)에서 라우터는 38.6%, 스위치는 55.7% 비율을 차지했다.

델오로(Dell’oro) 그룹이 발표한 올해 3/4분기 전 세계 라우터 시장은 2/4분기 대비 2% 감소한 15억달러로 나타났으며 통신/서비스사업자(SP)를 겨냥한 하이엔드 라우터는 7% 하락, SMB(Small & Midium)에서 주로 이용하는 미드레인지/로우엔드 라우터는 1% 증가세를 보였다. 시스코는 2/4분기보다 3% 감소한 12억8,000만달러, 주니퍼 역시 3% 감소한 9,12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6,400만달러 규모의 하이엔드 라우터 시장에서는 시스코가 73%, 주니퍼가 20% 약간 못 미치는 점유율을 나타냈다.

주니퍼, KT 코넷 입성

장기적인 경기침체 여파가 정보통신(IT) 분야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중 라우터가 유독 심하게 휘청거리는 요인으로는 통신/SP의 투자위축에 기인한다. 99년, 2000년 과잉 투자한 통신/SP들은 현재 생각만큼 인터넷 트래픽이 증가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투자를 극도로 아끼고 있다. 또한 라우팅 기능을 수행하는 스위치가 메트로 이더넷에서 약진을 보이면서 에지, 액세스 영역에서 라우터를 대체하고 있다.

라우터에 대한 분류로 가격과 기능을 적용해 하이엔드, 미드레인지, 로우엔드, 소호(SOHO), 들어가는 위치와 역할에 따라 코어, 에지, 액세스로 나뉜다. IDC는 2만달러 이상을 하이엔드, 8,000달러~2만달러 사이를 미드레인지, 1,500달러~7,999달러를 로우엔드, 1,500달러 이하를 소호로 구분한다. 코어 라우터는 통신/SP, 대형 엔터프라이즈 백본에 위치해 대용량 트래픽 전달하며, 에지 라우터는 주로 각 지역 팝(PoP)에 위치해 가입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액세스 라우터는 가입자 장비로 통신/SP 네트워크와 연결해준다.

올해 국내 라우터 시장 구도를 요약하면 코어에서 통신/SP의 투자가 저조한 가운데 주니퍼가 KT 코넷에 입성해 시스코 독주에 제공을 걸었다. 에지는 시스코 아성에 주니퍼(구 유니스피어), 레드백, 코사인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액세스는 PC방, 사이버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가 약진하는 한편, IP 공유기 개념의 소호 장비 인터넷 라우터가 짭짤한 재미를 봤다. 주니퍼가 유니스피어를 인수한 것도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해외 시장에서의 명성에 비해 국내 사업이 부진했던 주니퍼는 지난 10월 KT 코넷 코어 및 에지 네트워크 확장 사업에 자사의 ‘T640’ 라우터를 공급함으로써 염원하던 KT 코넷망을 뚫었다. 90억원대로 예상됐던 낙찰가에 주니퍼는 배수의 진을 치고 48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수주에 성공한 것. 이에 따라 주니퍼는 시스코가 점령한 KT 코넷에 자사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주니퍼가 기존 고가 정책을 버리고 ‘M160’에 비해 용량이 4배 향상된 T640을 이처럼 싼 가격으로 공급한 이면에는 갓 출시된 T640의 레퍼런스 사이트로서 KT 코넷이 갖는 상징성과 함께 지사 설립 이후 줄곧 시스코에 밀리기만 한 전세를 전환시키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주니퍼는 올해 5월 유니스피어를 인수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에지 라우터 부문을 보강했다. 거대공룡 시스코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주니퍼 입장에서는 에지에서 치고 올라오며 ‘MRX’ 제품군으로 코어 시장까지 넘보는 유니스피어가 부담스런 존재였다. 주니퍼는 유니스피어를 인수해 코어에서 에지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유니스피어의 모회사인 지멘스의 막강한 전 세계 영업력과 지원 조직을 활용,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수합병에 의한 조직 정비와 함께 한국알카텔에서 NGN 영업을 담당하던 강익춘 상무를 지사장으로 영입해 힘을 실었다.

김태수 주니퍼 코리아 차장은 “KT 코넷에 T640을 공급한 것을 비롯해 SK텔레콤에 ‘M10/20’, 데이콤에 모듈 증설과 확장 물량 등 전년 대비 15~20%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매출의 70% 정도가 데이콤, 하나로, SK텔레콤 등에서 나오며 신규 개척한 KT에서 앞으로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내년 하반기 엔터프라이즈급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니퍼는 올해 M160 후속 모델로 T640과 T320을 연이어 발표하며 라우터 처리용량(Throughput)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는 반면, 시스코는 처리용량을 증대시키기 보다는 에지 라우터인 ‘시스코 7200/7300/7400/ 7600’ 시리즈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능을 보강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기능을 다양화했다. 이는 시장을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후발주자이면서 코어가 핵심 분야인 주니퍼 입장에서는 적어도 시스코보다 1~2년 앞서 신제품을 출시해 성능을 검증받고 시장을 파고들어야 하지만 업계 선두인 시스코는 트래픽 증가 추이를 지켜보며 제품 개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조태영 시스코 코리아 상무는 “라우터 시장이 많이 준 것은 사실이며 올해는 전년대비 20~30% 감소한 것 같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그래도 꾸준하지만 통신/SP 물량이 크게 줄었다. 주니퍼가 T640을 KT 코넷에 공급했지만 국내에서 T640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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