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이디스커버리 도입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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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이디스커버리 도입 ‘급물살’
  • 강석오 기자
  • 승인 2020.08.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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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올 하반기 내 이디스커버리 도입 개정안 마련…내년까지 제도 도입 계획
인공지능 기술로 증거 분석 시간 줄이고 효율성 크게 높여

[데이터넷] 한국형 이디스커버리(전자증거개시, e-Discovery)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 11일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주내용으로 하는 특허법 개정안을 올 하반기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법률안을 마련하고 의원입법을 통해 내년까지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한국 기업들이 지재권 및 특허 소송을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진행한 이유와 관련이 깊다. 보톡스 전쟁으로 불린 국내 대형 제약사와 중소기업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도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는 미국에서 펼쳐지고 최근 판결이 났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 민사 소송 사건의 90%가 정식 재판 전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당사자간 합의로 종결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서 진행되는 소송, 천문학적 비용 발생
영미법계 국가 민사소송의 필수 절차 중 하나인 이디스커버리는 본격적인 재판 심리 전 당사자 양측이 보유한 증거를 상호 공개하는 과정이다.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에서도 증거를 찾아낼 수 있어 피해 입증을 위한 증거 확보에 용이하며, 자료의 은폐 및 조작, 고의적인 제출 지연 등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민사소송은 증거 수집 및 제출 책임이 당사자에게 있어 피해를 입은 원고가 증거를 찾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핵심자료 및 증거 대부분은 피해를 입힌 피고에게 있는 경우가 많으며, 피고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증거의 편재, 즉 정보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국내서도 2016년부터 자료제출명령제도를 시행해 왔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이를 소극적으로 운영하는데다 불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해도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어 실질적인 증거 확보에는 한계가 큰 것.

그러나 본격적인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마련되면 국내 기업들이 굳이 미국까지 가 소송을 벌일 필요가 없어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국내에서 증거 확보가 어려워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 대다수가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디스커버리 제도는 중소기업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가 대기업에 맞서 소송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2011년 가습기 살균제, 2018년 외제차 화재 소송에서도 이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피해 당사자가 증거를 찾지 못해도 상대가 공개하는 정보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어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돼도 미국에서 진행하는 소송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기존 국내 소송과 비교해서는 증거 확보를 위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 및 유관 기관도 이를 잘 알고 여러 보완 요소를 마련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으며,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 중인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이디스커버리 리뷰 시간을 줄여 이런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AI로 진화하는 이디스커버리 솔루션
이디스커버리 작업은 제한된 시간 내 수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증거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투입되며,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소송에 필요한 자료는 수년간 걸쳐 주고받은 이메일, 전자문서 등으로, 사막 한 가운데서 바늘찾기처럼 세심하고 방대한 자료 검색이 필요하다.

그러나 AI를 필두로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분석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분석 속도는 빨라 관련 솔루션 제공사와 협업하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다. 소송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는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AI 솔루션을 활용하는 이디스커버리 전문기업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기업들도 국제소송을 진행할 때 이 같은 솔루션의 도움을 받고 있다. 대부분 이디스커버리 솔루션은 영어 기반으로 개발돼 멀티바이트 언어인 한국어 분석 정확도가 떨어지고,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파일 형식이나 특수한 IT 환경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해 정확한 한국어 분석과 함께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특수 파일 형식(예: hwp, gul)을 지원함으로써 인식 오류와 깨짐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솔루션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 이디스커버리 시장은 AI 기반 리걸테크 전문 기업 프론테오(Fronteo)가 이끌고 있다. 프론테오는 자체 개발한 AI 엔진, 다양한 경험과 데이터, 노하우를 기반으로 2011년 이후 국내서만 500건이 넘는 국제소송 이디스커버리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5개국 13개 도시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프론테오의 인공지능 ‘키빗(KIBIT)’은 전문가의 지식과 의사결정 기준을 모방해 사람보다 4000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특히 변호사나 수사관 등 증거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직관, 암묵적 지식까지도 학습하고, 증거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를 자동적으로 선별해 효율적인 리뷰와 빠른 처리를 제공한다.

‘릿아이뷰 이그재미너(Lit i View Examiner)’는 프론테오의 풍부한 이디스커버리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된 전문 분석 툴로, 국내 기업에서만 사용되는 이메일, 문서(특정 확장자 포함) 등도 완벽하게 분석한다.

구재학 프론테오코리아 CEO는 “한국형 이디스커버리가 도입되면 무엇보다 소송 당사자간 정보 불균형 문제가 해소돼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이뤄질 것”이라며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도 한국형 이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맞춰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 수 많은 국제소송에서 이디스커버리 수행 경험을 쌓은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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