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식 보안 칼럼] 디지털 성범죄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다’
상태바
[박춘식 보안 칼럼] 디지털 성범죄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다’
  • 김선애 기자
  • 승인 2020.06.22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 여론 높지만 유사 범죄 지속적으로 이어져
강력한 처벌·근본적 대책 마련·윤리교육 이뤄져야
<박춘식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교수>

[데이터넷]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N번방 사건’이 언론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몹시 걱정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가 아니라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다’라는 표현이 현재의 상황에 더 잘 맞다고 본다. N번방 같은 사건은 계속해서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다.

N번방 관련 재판이 진행 중에 있고, 양형 기준을 개정해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며, 관련 개인정보를 접근하거나 범죄에 사용한 사회복무요원이나 공무원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사후약방문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역 군인에 의한 새로운 성 착취 동영상이 제작·유포되는 등이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 N번방 등과 같은 유사 사건들을 일어나게 만든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면서, 양형 기준을 개정해 보다 엄하게 처벌하면 성 착취 동영상 같은 범죄가 근절되거나 유사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강력한 처벌은 단기적으로 유사 범죄를 줄이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이지 않고 일시적 관심이나 제도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처방 ▲법으로만 모든 것이 해결되거라는 인식과 기대만으로는 디지털 성범죄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며, 반복적으로 유사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에 디지털 성범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강력한 처벌로 재발 방지해야

먼저 기존 법제하에서의 양형 기준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디지털 성 범죄에 대한 공소 시효 폐지는 물론이고 통신비밀보호법에서의 감청 허용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플랫폼, 통신 기업 등 인터넷 관련 기업 등에 대한 불법 영상물 삭제 등 기업의 책임을 보다 강화하고 처벌 또한 강화해야 한다. 물론 피해자 보호를 보다 철저히 그리고 법 제도적으로 마련해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다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 처벌 조항보다 보다 강화된 처벌 조항이 만들어져야 한다.

범정부·글로벌 단위 대책 마련 나서야

두 번째로 성 착취 범죄는 물론이고 디지털 성범죄 전반에 관한 대응은, 특정 부처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그리고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정부 부처별 역할도 재검토되고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완전 범죄는 없으며 어떠한 수법을 사용해도 결국 잡히고 만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법 기관의 비밀 수사 내지 위장 수사(undercover investigation) 허용은 물론이고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한 합법적 접근(Lawful Access) 방안도 마련돼야 하며, 가칭 디지털 범죄 연구소를 설립해 보안 메신저, 다크 웹, 암호 통신, 암호 자산 등 디지털 신기술 등에 대한 첨단 수사 기법이나 정책 등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복잡하고 교묘해 지는 사이버 공간의 범죄 수사는 인터폴과의 국제 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정보원, 외교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등 합심해 사이버 범죄 협약을 우선 가입이라도 해 두어야 한다. 디지털 범죄 관련 해외 정보 수집, 국제 협력 정보 및 국내 디지털 범죄자 파일럿 제작 및 추적 등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체계적인 온라인 윤리 교육 시급

마지막으로, 각계 지도층이나 단체 등의 책임자들이 텔레그램 등 각종 범죄 온상이 되는 인터넷 서비스 이용을 하지 않는 등 문화 운동으로 전개시키거나 디지털 성범죄 관련 윤리 교육을 유치원 단계부터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제안한 이러한 정책들이 다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지만, 이루어진다고 해도 교묘해지고 더욱 복잡해지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허황된 꿈이 될지라도 이러한 정책들이 조금이라도 이뤄져 좀 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이버 사회가 이뤄졌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