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 달성, 대·중소기업 간 상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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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강국 달성, 대·중소기업 간 상생에 달렸다
  • 데이터넷
  • 승인 2020.06.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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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한국외대 교수, 협력 통한 산업 저변 확대·기술 향상 중요성 강조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이사/한국외국어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이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데이터넷] 십수 년간 자연어처리(NLP)를 연구해온 회사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구글이 버트(BERT)라는 강력한 언어인지 엔진을 개발해 무료로 개방했다. 이에 누구나 버트를 활용해 NLP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그간 회사가 해온 연구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일은 인공지능(AI) 업계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데이터와 인재, 고성능컴퓨팅이 전제돼야 하는 AI 분야에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그렇다면 AI 스타트업이 구글과 경쟁할 수 있을까? 아니 상생할 수 있을까?

페이페이리(Fei Fei Li)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전 구글 수석과학자는 이 질문에 “구글과 같은 대기업에서 수직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는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다”고 답했다. 언어인지, 이미지 인식 등과 근본 기술이 되는 넓은 영역은 구글과 같은 대기업이, 보험회사 가입 문의 게시판 같은 특정 분야에 한정해 좁고 깊이 발전시키는 것은 그보다 작은 기업들의 역할이 있다는 의미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AI 스타트업을 이끄는 입장에서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AI 인력이나 데이터, 자본력, 기술력에서 스타트업들이 따라갈 수 없는 대기업들이 구글처럼 일반 영역의 기초 연구를 다져주면 좋다. 

대기업 지원, 스타트업 성장 밑바탕

최근 SK텔레콤이 ‘KoBERT’와 ‘KoGPT2’라는 딥러닝 언어 분석 모델을 공개해 벤처기업들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이 사전 훈련된 모델은 좋은 데이터로 훈련시켜 기초 체력과 배우는 법은 익힌 준비된 선수 같은 존재다. 여기에 조금 더 특화된 데이터나 유사한 분야의 데이터로 재학습시킨다면 최소한의 데이터로,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다.

스타트업이 자생하고 기술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인큐베이팅하는 기업도 있다. 애자일소다는 한화그룹과 KB금융지주, NH농협은행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필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항상 강조하는데, ‘고객사의 DT를 위해 함께 개발’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용 의사결정 지원 ‘AI 스위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에게 기꺼이 기회를 열어줬으며, 결과적으로 고객사와 회사 모두에게 성공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단순히 애자일소다의 성공만이 아니라 다른 스타트업에게도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 통한 산업 저변·기술 향상 노려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언제나 공익 차원에서 지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법적 제재로 강제할 수만은 없다. 다만 기업 스스로 구글이나 SK텔레콤처럼 양질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스타트업들이 저마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거나, 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기업의 데이터를 개방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 주는 등 똑똑하고 유용한 상생의 방법을 모색해 주기를 기대해볼 뿐이다.

AI는 타 산업 분야처럼 아이디어 제품이나 독특한 서비스만으로는 승부하기 어렵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의 자원과 역량을 발휘해 산업 저변 확대와 기술 평균 수준 향상이라는 대승적 목표로 협력할 때 비로소 AI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나 어두운 면이 있듯이, 한편에서는 특정 세분화된 영역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본력과 규모로 스타트업과 경쟁하려는 경우도 있다. 애자일소다 역시 자동차 이미지 분석에 대한 기술이 알려지면서 유사한 도전을 받기도 했다.

물론 기업 인수를 통한 기술 확보나 프로젝트 수주 경쟁은 냉혈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시점에서 작은 기업들이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한 채 대형 SI 기업과의 가격경쟁에 내몰리거나 저평가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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