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 통과로 막 열리는 국내 데이터 산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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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3법 통과로 막 열리는 국내 데이터 산업 (1)
  • 윤현기 기자
  • 승인 2020.03.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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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육성 정책 통한 데이터 수집·분석·유통 시장 확대 기대

[데이터넷] 지난 1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 등 산업 육성 활성화, 공공·금융·의료 등 사회 각 분야에 가명 처리된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 혁신 등이 기대된다. 정부는 다양한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AI) 일등국가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그 결과는 어떠할지 살펴본다.


대한민국 데이터 경제의 문을 여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 등 산업 육성이 활성화되고, 공공·금융·의료 등 사회 각 분야에 가명 처리된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 혁신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 9일 국회는 제374차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의결했다.

데이터 활용 길 열려

‘데이터 3법’의 모법(母法)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현행법의 개인정보 관련 개념을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로 세분화해 추가정보 사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가명 처리)한 가명정보에 대해서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처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이용이 필요한 바, 안전한 데이터 이용을 위한 사회적 규범 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무엇보다 개인정보의 개념 모호성 등으로 수범자의 혼란이 발생하는 등 일정한 한계가 노출돼 있으며, 감독기능 및 보호 법령이 분산돼 빠른 개정이 요구됐다.

이에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하는 한편, 현행법상 행정안전부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기능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해 개인정보 보호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마찬가지로 가명 처리한 개인신용정보를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으로 신용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융 등의 분야에서 빅데이터 분석·이용을 활성화하는 내용이다.

정보주체의 권리행사에 따라 금융권 및 공공기관 등에 흩어진 본인정보 통합조회, 맞춤형 신용·자산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산업을 도입하고,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체계 구축 및 성장 지원 등을 위한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과 통신료,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개인신용평가를 하는 전문개인신용평가업을 새롭게 도입하는 내용 등도 담겨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개인정보 규제권한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해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해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이 소관 부처별로 나뉘어 있어 생긴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없애는 효과가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개인과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폭도 한층 넓어지게 됐다.

데이터 가명 처리·결합 통한 신규 서비스 기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지능정보사회로 대변되는 4차 산업 시대가 되면서 한층 중요성이 높아진 데이터를 잔뜩 모아놨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스토리지 저장용량만 차지할 뿐이다. 그렇기에 데이터 관련 업계는 무엇보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기다려왔다.

특히 해외에서는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대형 기업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시장 영향력을 더욱 높여가는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에서도 데이터 3법 개정안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만 갔다.

결국 업계가 원하던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내 데이터 산업계도 기존에 하지 못했던 새로운 데이터 활용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정된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의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통한 관련 산업의 발전을 조화롭게 모색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소 모호했던 개인정보의 판단 기준의 명확화다. 개인정보 여부는 결합할 수 있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식별에 소요되는 시간·비용·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익명화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개인정보 처리를 동반하는 사업 추진 시 혼란이 줄어들고, 익명정보의 이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해 가명정보 개념이 도입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 시장조사 등 활용 분야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안 시설을 갖춘 전문 기관을 통해 기업 또는 기관 간 데이터 결합도 허용됨에 따라 통신, 금융, 유통 등 서로 다른 분야의 데이터가 안전하게 결합·이용돼 데이터의 가치가 제고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등 혁신 서비스 창출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데이터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 처리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의 유사·중복 규정 정비 및 추진 체계 효율화를 도모했으며, 개인정보 감독기구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이 갖춰지면서 유럽연합(EU)의 적정성 평가 승인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EU 진출도 보다 용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육성 나선 정부

그동안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추진해온 정부도 데이터 3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따라 데이터 산업 육성에 본격 나선다. 법 개정의 효과가 현장에 조속히 착근되도록 데이터 개방·유통 확대를 추진하고, 데이터 간 융합과 주요 분야 데이터 활용 촉진을 통해 우리나라 데이터 산업 육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2019년 구축한 10개 빅데이터 플랫폼 간 연계로 이종 분야 간 데이터 결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데이터 생산을 촉진하고 개방·유통을 확대한다. 구축된 플랫폼을 중심으로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하고, 거래 촉진을 위해 가이드라인과 표준계약서 등도 개발·제공한다.

데이터 바우처, 데이터 플래그십 사업 등 데이터 활용 지원 사업을 통해 가명 처리, 데이터 결합 등으로 생산된 다양한 데이터의 구매·가공과 AI 활용을 지원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의료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와 스마트시티, 자율자동차 등 미래 산업 분야의 데이터 활용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이와 함께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뒷받침할 하위법령, 유관 법령 등도 조속히 정비하고, 감독기구 독립성 확보를 기반으로 EU GDPR 적정성 평가 승인을 조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최대한 반영해 기업·기관 등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고 데이터 경제로의 이행이 본격화 되도록 지속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수집·분석·유통에 주력

바야흐로 데이터 시대다. 이제 데이터는 기업의 혁신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척도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야 한다. 공공이 보유한 데이터가 자유롭게 개방되고, 기업은 개방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데이터 강국’라 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것이 데이터 유통·거래 환경 조성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만 활용해왔기에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기관들은 정보 주체가 제공을 동의한 데이터만 활용할 수 있었기에 이미 해외에서 확산되고 있는 ‘맞춤형 서비스’ 등은 시도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으며, AI 서비스 개발 기업들도 학습시킬 데이터가 부족해 한정된 서비스만 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도 이를 깨닫고 데이터 생산·유통·활용 단계를 골고루 지원함으로써 국내 데이터 시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산업·사회 혁신과 일자리 창출 등 데이터 기반의 혁신 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먼저 활용 가치가 높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구축하고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빅데이터 수집·분석·유통을 지원하고자 금융, 환경, 문화·미디어, 교통, 헬스케어, 유통·소비, 통신 등 10개 분야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100개의 빅데이터 센터를 개소해 데이터 개방·공유 체계를 마련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공과 민간이 협업해 빅데이터 센터 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유통하고, 혁신 서비스를 발굴·확산하는 등 데이터 기반 가치 창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는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사업에 3년간 1516억원을 투입하며, 올해도 743억원가량의 예산을 배정했다.

데이터 구매·가공 지원

데이터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에 정부는 데이터 기반의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중소·창업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 구매와 가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은 6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데이터 구매 1000건, 데이터 가공 640건 등 총 1640개 사업을 지원했으며, 올해에도 약 57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놓은 상태다. 중소기업이 가격부담이나 협상력 부재로 데이터를 활용할 기회를 포기했다면, 이제는 데이터 바우처 지원을 통해 비용부담을 덜고 적정가격으로 활용할 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소기업간 ‘데이터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20년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도 작년과 같이 구매비용 지원과 가공 지원으로 구분된다. 구매비용 지원은 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1개사당 최대 1800만원이 지원된다. 가공 지원은 일반가공이 기업당 최대 4500만원씩 420여개 기업, AI가공이 최대 7000만원씩 300여개 기업에게 돌아간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AI가공 지원 대상을 전년 대비 확대했다는 것이 진흥원 측의 설명이다.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 개요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 개요

지난해 구매 바우처 신청 사례 중에는 유동인구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인 택시배차 계획을 제공하거나, 사이버 침해정보를 활용해 보안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경우, 상권분석정보를 활용해 최적지에 브랜드를 오픈하고 매출향상을 꾀하는 경우 등이 있었다.

일반가공 바우처 신청 사례로 생산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작업자와 기기·제품별 낭비요소를 최소화하고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경우,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선천적·후천적 원인분석을 통해 내 피부에 꼭 맞는 화장품 추천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우 등이 있었다.

AI가공 바우처 신청 예로 AI 이미지 인식 모듈을 적용해 건축 공사 항목별 지출비용의 특징을 파악하고 비용 예측을 통해 경영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운전자 영상데이터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안전벨트 착용이나 탑승자 안전을 살피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경우 등이 있었다.

일례로 바우처 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한 패션 기업은 AI 학습 데이터를 구매해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200%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처럼 원하는 데이터를 누가 보유하는지 알 수 없거나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데이터 활용을 주저하는 중소기업 등의 고민을 원스톱으로 해결해주고 데이터를 통한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바우처 지원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도 다수 등장했다. 데이터 가공 사업을 수행한 엔코아는 재활용업체의 금속·비금속 시세를 토대로 시세 예측뿐만 아니라 이를 다른 시장 정보와 결합해 증권선물 시장 거래 예측도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동안 다루지 못했던 다양한 데이터들을 연계해 분석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으로, 추후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데이터 분석 모델 혹은 시장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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