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계열사 계좌로 송금해주세요”…교묘해지는 무역대금 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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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계열사 계좌로 송금해주세요”…교묘해지는 무역대금 갈취
  • 김선애 기자
  • 승인 2019.11.22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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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거래처 담당자 사칭 이메일 통해 바뀐 계좌번호로 무역대금 송금 요청”
담당자와 직접 통화해 사실 확인 후 송금해야 … 이메일 발신자 주소 꼼꼼히 살펴야

[데이터넷] “세금과 은행 수수료가 많이 발생해 말레이시아 계열사에 현지 은행 계좌를 만들테니, 물품 대금은 말레이시아 은행으로 보내 주십시오.”

한국 기업 A사와 거래하던 일본 B사는 A사 담당자로부터 이 같은 메일을 받고 무역 대금을 말레이시아 은행으로 보냈다. 그러나 이 메일을 보낸 사람은 A사 담당자 메일을 사칭한 사기범죄자였으며, B사가 보낸 2억원 가량을 잃게 됐다.

이 사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2018/19 무역사기 발생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소개한 이메일 사기 사례다. 이메일을 이용해 무역대금을 갈취하는 이메일 사기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으며, KOTRA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발생한 무역사기 유형이라고 지목했다.

KOTRA 조사에 따르면 2018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전 세계 KOTRA 해외무역관에 접수된 우리 기업 대상 무역 사기는 총 82건이며, 이 중 16건은 이메일을 통한 무역대금 탈취 사기다.

이메일 사기의 수법은 무역 당사자의 이메일을 탈취해 거래 진행 내용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제 시점에서 바이어에게 은행 계좌가 변경됐다는 이메일을 보내 결제대금을 가로채는 유형이 가장 많다. 특정 기업에 맞춤형으로 스피어피싱 이메일을 보내고 있으며 정교하게 정리된 내용으로 위장하고 있어 사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에서 소개한 또 다른 사기 유형을 보면, 국내기업 D사와 거래하던 인도의 C사는 D사 담당자로부터 무역대금 계좌가 바뀐 인보이스를 받았다. 이메일 발신자는 거래처 담당자 이메일과 유사한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C사 담당자가 은행 계좌와 이메일이 바뀐 이유를 묻자 회계감사 때문이라고 회신했다. C사는 위조된 인보이스에 적한 계좌로 송금했고, 해커는 송금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이메일 주소를 삭제했다.

KOTRA는 이메일 무역사기의 전형적인 패턴은 계좌번호가 변경되었다며 다른 계좌로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므로, 이 같은 요구를 받았다면 직접 거래 대상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거래조건이나 수취계좌 변경 시 양측에서 취해야 할 행동을 명문화해 이메일 해킹을 통한 계좌 변경 시 대금 오지급을 1차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사고 발생 시 50 : 50 책임 분담 등의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면 양사가 모두 거래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메일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이메일 발신자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하라고 설명했다. 사기꾼들은 거래 담당자 메일을 탈취해 그 사람의 계정에서 직접 메일을 보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담당자 메일과 유사한 메일을 사용한다. lilly@korea.com이라는 메일을 사용하는 담당자가 있다면 li1ly@korea.com 등 철자를 살짝 바꾸는 방식의 가짜 메일 주소를 사용한다. 위조된 이메일 주소를 보면 세번째 글자가 알파벳 엘(l)이 아니라 숫자 1이다.

또한 피해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계좌 상세 내역이 포함된 송금 내역과 해커가 발송한 이메일 내용을 취합해 사업장이 있는 관할 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에 신고해야 한다. 국가간 무역대금은 송금하는데 일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송금 즉시 신고하면 해당 은행에 지급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한편 이 조사는 KOTRA 해외 무역관이 설치된 84개국 127개에 접수된 사기 피해를 조사한 것으로, 이번 조사 기간 동안 발생한 사기 사건은 82건으로 지난해 137건보다 크게 줄었다. 가장 많이 발생한 사기는 결제사기로, 상품을 수령한 후 의도적으로 결제를 거부하거나 접촉을 회피하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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