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데이터 저장·활용 위해 진화해온 ‘스토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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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데이터 저장·활용 위해 진화해온 ‘스토리지’
  • 윤현기 기자
  • 승인 2019.10.07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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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고속 기술 가세하며 빠르게 확산…SAN·NAS·오브젝트 등 성능·목적 따라 발전

[데이터넷] 기업 IT 시스템의 필수 구성요소인 스토리지는 30여년에 걸쳐 성능 향상과 다양한 기능 접목을 통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그 모습도 컴퓨트 노드에 일체형으로 제작된 형태부터 별도 컴퓨트 노드처럼 구성된 형태까지 다양하며, 저장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수용 가능한 용량과 속도도 크게 확대됐다. 기업용 스토리지 발전 과정을 통해 기업 스토리지 시장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한국IDC가 발표한 ‘2018년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스템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형 스토리지 시장은 전년 대비 5.4% 성장한 1조78억원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성장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의 호황으로 국내 반도체 제조사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린 데 따른 것에 기인하며, 공공기관이 데이터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스토리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도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장형 스토리지 시스템 시장은 4649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3.8% 성장했다. 기업 데이터 용량 증가와 올플래시 어레이(AFA: All Flash Array)의 보급이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외장형 스토리지 시스템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내장형 스토리지 시스템도 서버와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HCI) 시장 성장에 따른 디스크 사용량의 증가로 가장 큰 성장률(16.7%)을 기록하며 총 4361억원의 매출을 형성했다.

IDC 측은 스토리지 고유의 기능 및 성능이 여전히 외장형 스토리지 시스템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제조업의 생산 라인 혹은 설계 설비, 그리고 금융업의 계정계 등 미션 크리티컬한 서비스를 위해서 아직은 외장형 스토리지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그네틱·드럼 등 이용했던 초기 스토리지

최근 기업용 스토리지는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HCI)를 비롯한 특수한 형태를 제외하면 대게 서버 노드에 별도로 연결되는 외장형 스토리지가 일반적이다. 저장 미디어가 플래시인지 혹은 디스크인지에 따라 구분되기는 하지만 기업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근본적인 역할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초기 스토리지는 현재처럼 별도로 구성된 형태가 아니라 컴퓨터 노드에 통합된 형태였다. 지금도 금융권 등 일부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메인프레임과 같은 컨버지드 인프라에 포함돼 있었으며, 저장 미디어도 마그네틱(Magnetic) 방식을 활용하거나 드럼 방식을 이용하는 등 지금과 그 모습이 상당히 달랐다. 그 크기에 비해 저장 가능한 용량은 고작 몇 메가바이트(MB)에 불과했다.

▲ 초기 마그네틱 디스크 저장장치

다만 당시 스토리지가 가진 가장 큰 맹점으로는 단일 장치에서 스토리지 전체를 액세스하게 된다는 점으로, 지금과 같이 효율적인 스토리지 활용이 어려웠다. 그리고 컴퓨터 노드에 통합된 시스템이었기에 지금과 같은 스토리지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잡혀있지도 않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유닉스를 필두로 오픈형 시스템인 클라이언트 서버 아키텍처가 주류를 이루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등이 새롭게 출시되면서 현재와 같은 외장형 스토리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 개화

클라이언트 서버 아키텍처와 같이 분산형 오픈 시스템에서는 클라이언트 영역에 별도의 서버를 두고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게 하며, 그중에서도 실제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영역이 하나의 스토리지 컴퓨트 노드로서 작용하는 구조다. 이를 시작으로 데이터 전용 저장장치들이 하나둘씩 출현하기 시작했으며, 기존 메인프레임 벤더인 IBM, 히타치 외에도 EMC 등 외장형 스토리지 전문 벤더들도 등장해 외장형 스토리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외장형 스토리지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캐시 역할을 하는 메모리가 존재하며, 서버보다 더 많은 CPU가 장착되기도 한다. 또한 서버에 장착되는 내장 디스크는 최대 24개까지 가능하지만, 스토리지에서는 1000개 이상 수용이 가능해 기업에서 가용 용량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외장형 스토리지는 유닉스와 리눅스, 윈도 시스템을 위한 대표적인 저장장치로 등극했다.

외장형 스토리지가 가용 용량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졌으나 메인프레임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서버를 활용하다보니 저장된 데이터에 대한 보호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문제점에 노출됐다.

가령 개인 PC의 저장장치가 손상돼 데이터가 소실됐을 경우 아쉬움과 더불어 기분이 나빠지는 문제가 있지만, 기업의 스토리지가 손상돼 데이터가 소실됐을 경우에는 비즈니스 중단과 그에 따른 이미지 손상 등 그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스토리지가 여러 개의 단일 미디어들을 묶어서 사용하는 만큼 용량 구성에 대한 필요성도 있었다. 가령 스토리지에 장착되는 HDD 1개가 3.6기가바이트(GB)일 때 100개를 장착하면 360GB 구성이 가능하지만, 처음부터 이를 온전히 360GB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이에 외장형 스토리지 등장 이후 ‘레이드(RAID)’ 구성이 중요해졌다. 레이드는 저장장치 여러 개를 묶어 고용량·고성능 저장장치 한 개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개발된 기법이면서도, 그 구성 방식에 따라 스토리지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데이터를 복구해줄 수 있는 옵션이기도 하다. 레이드1과 레이드5 구성이 대표적이다.

레이드1 구성은 이른바 미러링(Mirroring) 방식으로, 각 멤버 디스크에 같은 데이터를 중복 기록하는 것이 특징이다. 멤버 디스크 중 하나만 살아남으면 데이터는 보존되며 복원도 1:1 복사로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서버에서 끊김 없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한다.

레이드5 구성은 패리티를 한 디스크에 밀어 넣지 않고 각 멤버 디스크에 돌아가면서 순환적으로 저장해 입출력 병목 현상을 해결한다. N개의 디스크를 사용하면 (N-1)배의 저장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멤버 디스크가 고장나더라도 견딜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데이터베이스 서버 등 큰 용량과 무정지 복구 기능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환경에서 주로 쓰인다.


고속·병렬 연결성 확대

스토리지가 외장 시스템으로 발전함에 따라 서버와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발전이 이뤄졌다. 특히 데이터의 양이 커지고 많아지면서 서버와 고속으로 통신하기 위한 방법들이 고안됐으며, 단일 스토리지에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근하는 방식도 구현됐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SAN(Storage Area Network)은 블록 스토리지 장치로 이뤄진 네트워크로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액세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에 여러 사용자가 복수의 스토리지에 한꺼번에 접속해야 할 경우 유용하다. 스토리지 장치를 로컬 드라이브처럼 사용할 수 있어 성능이 향상되고, 스토리지가 개별 장치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지 사용률을 높일 수 있다.

서버와의 연결도 TCP/IP 방식은 느리다는 단점이 있기에 FC(Fibre Channel)이나 스카시(SCSI) 방식이 주로 적용된다. 1Gbps의 FC는 초기에 굉장히 빠른 인터페이스였지만 현재는 가장 기본적인 연결방식이라 여겨질 정도로 대중화됐으며, 점차 속도도 2Gbps를 넘어 32Gbps까지 빨라졌다. FC로 백본을 구축하면 수백 TB의 용량을 보유한 중앙집중식 저장장치 팜(Farm)을 구축할 수 있고, 재해복구를 위해 외부에서의 미러링도 가능하다.

SAN은 서버와 한 몸처럼 연결돼있기 때문에 하나의 서버에서 저장한 데이터를 다른 서버에서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운영체제(OS)가 다른 서버일 경우 더더욱 불가능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NAS(Network Attached Storage)다. 기존 SAN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에만 치중했다면 NAS는 데이터 공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NAS는 파일 서버로도 불리며, 사용자를 위한 파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트워크 드라이브로 연결해 액세스할 경우 사용자 환경에서 쉽게 인지하고 확인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이를 활용하면 단지 파일 공유 외에도 PC 작업 등도 원격에서 공유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상에서 비디오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데이터 관리 능력 향상시킨 ‘오브젝트 스토리지’

최근의 데이터는 이미지, 영상, SNS 메시지처럼 복잡하고 용량도 클뿐만 아니라 구조화돼 있지 않아 빠른 검색이나 분석이 쉽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브젝트 스토리지가 각광받고 있다.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스토리지 운영에 있어서 SAN/NAS 스토리지와 달리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제공한다.

NAS가 데이터를 파일 규칙에 따라 관리하고, SAN이 특정 영역과 구간을 나눠 데이터를 블록 단위로 관리하는 것과 달리,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파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포함한 메타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보관/관리한다는 특징이 있다.

▲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오브젝트 스토리지 ‘HCP’

기본적으로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파일 시스템은 트리 형태 구조로 저장하는 디렉토리 방식이다. 관리해야 하는 파일의 개수가 작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수십억 개로 늘어나게 되면 원하는 파일을 찾기 위해 일일이 디렉토리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많은 부하를 주게 된다. 즉 속도가 느려지고, 검색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디렉토리를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가 파일들을 특정한 조건에 따라 분류하기 위함인데, 해당 조건이 변경되면 디렉토리도 일일이 다 바꿔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오브젝트 스토리지를 이용하면 데이터를 어디에 어떻게 저장할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데이터는 스토리지 내 어딘가에 위치하게 되고, 해당 데이터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찾아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각 데이터들의 메타데이터를 태그처럼 활용해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오브젝트 스토리지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이용되는 비유가 발렛 파킹이다. 일반적인 주차라면 운전자가 직접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해당 주차장의 위치를 기억해뒀다가, 차량이 필요하면 주차된 위치에 가서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발렛 파킹은 담당자에게 키를 넘겨주고 확인 종이만 받으면 끝이다. 차량은 발렛 파킹 담당자가 알아서 주차시킨다. 차를 회수할 때도 담당자에게 확인 종이만 전달하면 발렛 파킹 담당자가 운전자에게 차를 가져다준다.

또 다른 예로 스마트폰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직접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인터넷에서 사진을 다운받기도 하고, 친구가 메신저를 통해 보내준 사진을 받기도 한다. 이들 사진은 스마트폰 저장소 내 각각 다른 공간에 저장되지만, 사진 앱을 실행시키면 모든 사진들을 앱 내에서 한 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이처럼 오브젝트 스토리지의 가장 큰 특징은 파일 관리에서의 강점이다. 파일 태그를 객체화시켜 DB 없이도 동영상이나 사진 등의 파일을 보관하고 불러올 수 있다. 특히 파일명이 아닌 메타데이터만으로도 DB처럼 검색이 가능하다.


데이터 보호·관리 능력 뛰어나

SAN/NAS/오브젝트 스토리지는 각 역할과 기능에 차이는 있지만, 스토리지의 궁극적인 목적인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데이터 보호와 관리 측면에 있어 SAN/NAS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AS 프로토콜은 내부에서 파일을 공유하기 편리하지만, 외부에서까지 공유를 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IP 주소만 알면 언제 어디서든지 접근이 가능하며, 디렉터리 구조가 아니기에 모든 데이터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고유한 ID를 부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 사용되는 방식이 해시(Hash)다. 특정 파일에 해시를 적용하면 고정된 사이즈 내 독특한 문자열로 변경되며, 파일이 동일하다면 같은 해시가 생성된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파일이 변조됐는지 여부도 확인이 가능하며, 고유 값이기에 직접적인 주소도 갖게 된다. 즉, 해시 값만 알면 파일 시스템 대비 빠른 액세스가 가능하다.

아울러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파일 저장 시 정책 적용이 가능해 보호해야 할 데이터와 일정 기간 뒤 삭제할 수 있는 데이터 등을 설정하면 이를 시스템에서 자체적으로 보호하거나 삭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금융기관 등에서는 계약서 정보와 같이 오랜 기간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를 위해 오브젝트 스토리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타 산업군에서도 점차 그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별도의 백업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SAN/NAS가 특정 영역을 백업하는 것과 달리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파일 단위 설정이 가능하며, 단순히 정책 수립만으로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항상 2카피 이상을 유지하는 설정을 적용하면 하나의 파일이 훼손되더라도 이를 삭제하고, 정상적인 파일로 다시 1카피를 생성한다.

이 같은 기능들을 활용하면 컴플라이언스 준수도 가능하다. 보유하고 있는 파일의 진본 여부도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없이 해시 값을 통해 확인 가능하며, 그로 인해 기업문서관리(EDM) 솔루션 업체들도 자사 솔루션과 오브젝트 스토리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처럼 오브젝트 스토리지가 데이터 보호·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SAN과 NAS가 유용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SAN은 성능을 중시하는 DB와 같은 미션 크리티컬한 영역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NAS도 협업 트렌드 확산에 따라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 오브젝트 스토리지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덕에 SAN 만큼의 성능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는 데이터 레이크 구성 혹은 클라우드와의 연계를 위한 방안으로 도입되고 있다.


HDD서 SSD로 … 속도·안정성 향상

스토리지를 논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저장 미디어다. 자기 드럼 이후 디스크 기반의 HDD가 30여년 가까이 메인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HDD는 액세스 암이 돌면서 데이터를 읽고 쓰는 구조이기에 그 속도가 빠를수록 성능이 향상된다. 현재 HDD는 15K rpm 제품까지 출시돼 있으며, 기계적인 수단에 의존하기에 발전상 제약이 많았다. 크기도 처음에는 5.25인치 형태부터 3.5인치로 줄어들었으며, 최근 기업용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2.5인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스토리지 업체들은 한계가 분명한 저장 미디어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스토리지 컨트롤러 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계속 스토리지를 발전시켜왔다. 대용량 스토리지에 더 많은 캐시 메모리를 탑재하는 방안도 지속됐지만 광범위한 데이터를 운영하기에는 쉽지 않았고, 결국 디스크 성능의 병목현상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이를 해결하고자 스토리지 업체들이 눈을 돌린 곳은 플래시를 기반으로 하는 SSD다. 물론 처음 SSD를 도입할 때는 이견들이 많았다. 쓰기 횟수에 제약이 있었으며, HDD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인해 기업들이 섣불리 구입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레퍼런스가 부족해 실제 사용 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플래시 미디어를 적용한 이른바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가격이 안정되고 그 성능이 입증되면서 이제는 스토리지라 하면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가리킬 만큼 대중적이 됐다. 무엇보다 엑세스 암과 같은 물리적인 장비와 진동도 없어 제품 수명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무렵 전통적인 스토리지 벤더 외 올플래시 스토리지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퓨어스토리지, 바이올린메모리 등이 등장했으며, 기존 스토리지 전문 벤더인 EMC, 넷앱,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과 치열한 경쟁 구도를 이루며 시장을 키워나갔다. 


효율적인 플래시 스토리지 활용 방안 모색

플래시 성능이 뛰어났지만, 초기 가격은 HDD 스토리지 대비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심할 경우 최대 30배까지 차이가 났었다는 것이 스토리지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적은 용량을 도입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게끔 하고자 데이터 중복제거나 압축 기술이 올플래시 스토리지에서도 확산됐다. 물론,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올플래시 스토리지 성능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처럼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가격이 비쌌던 이유는 플래시 미디어 가격의 차이 때문이다. 미플래시 미디어는 그 제조 방식과 특성에 따라 SLC, MLC, TLC 등으로 구분되며, SLC가 가장 안정적이고 비싸며, TLC로 갈수록 성능은 뒤처지지만 가격은 저렴해진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도입하더라도 SLC 미디어가 적용된 제품을 원했고, 못해도 최소한 MLC 미디어 제품을 선택하려 했기에 가격이 비싸게 책정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에서 3D 적층방식의 낸드 제조에 성공하면서 성능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올플래시 스토리지에서도 TLC 미디어가 차츰 주력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최근 삼성전자는 낸드 칩이 오류 난 경우에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네버 다이(Never Die) SSD ‘FIP(Fail-in-Place)’, 사용자별 가상의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SSD 가상화’, 초고속 동작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정확히 판독하는 ‘V낸드 머신러닝’ 등 3대 기술을 선보이며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전 세대 대비 2배 이상 향상된 속도와 최대 30.72TB 용량을 제공하는 PCIe Gen4 ‘PM1733·PM1735’ SSD 시리즈에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더해 초고용량 프리미엄 SSD 시장의 성장을 지속 선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 삼성전자 초고용량 SSD 2.5인치 U.2

차기 미디어·인터페이스 논의 확대

그동안 스토리지는 HDD 기반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였기에, 플래시 미디어를 적용하더라도 그 최대 성능을 이끌어내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NVMe 방식은 기존 SAS 방식에 비해 전송속도가 비할 수 없이 빠르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표준 스펙이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기존 SSD에 비해 미디어도 역시 비싸 확산속도가 더뎠다.

최근 들어 스토리지 업체들도 NVMe를 지원하는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으며, SSD 제조업체들도 대용량의 NVMe 제품들을 보다 저렴하게 출시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기에 NVMe 스토리지도 머지않아 대중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플래시 기반 스토리지가 확산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플래시 다음 미디어인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CM)에 대한 논의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SCM은 이미 2~3년 전 인텔이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적용한 옵테인 메모리를 출시하며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 SCM이 적용된 델EMC ‘파워맥스(PowerMax)’

SCM은 디램(DRAM)과 비견될 정도의 성능을 제공하지만, 플래시에 비하면 가격이 상당한 수준이기에 빠르게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SSD로 만들어 판매한다 하더라도 기존 스토리지의 인터페이스가 HDD에 최적화된 SAS 기반이었던 만큼 제품의 성능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다는 문제도 컸다.

그러나 옵테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휘발성인 디램과 달리 비휘발성 메모리이기에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으며, 성능 또한 메모리DB를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텔에서는 CPU 아키텍처를 개선해 차기 출시 제품에서는 옵테인 메모리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있으며, SAP도 자사 인메모리DB 기반 ERP 솔루션인 SAP/4HANA에서 옵테인 메모리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부 서버 벤더들은 자사 시스템의 캐시 용도로 옵테인 메모리 기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스토리지, 점점 더 빨라진다

비록 NVMe 인터페이스가 확대되면서 스토리지 성능은 한층 개선될 것이라 예견되지만, 정작 프론트엔드단의 개선까지도 일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에서의 관측이다. 즉, 현재의 완제품 형태로 출시되는 스토리지 단계를 넘어 더 유기적으로 조합이 가능한 ‘컴포저블 아키텍처(composable architecture)’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컴포저블 아키텍처 하에서 스토리지는 컨트롤러와 섀시마저 분리돼 NVME oF(NVMe over Fabric)으로 연결할 수 있다.

현재 IT 인프라의 가장 밑단의 기본 프로토콜은 TCP/IP 혹은 이더넷이다. 이는 전체 네트워크에 골고루 깔려있다. 다만 물리적인 네트워크에서 전통적인 통신을 시도하면 스토리지는 느린 레이턴시 문제를 겪게 되며, NVMe의 프로토콜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레이턴시를 낮추는 작업이 진행된다.

1차적으로 기존 FC는 물리적인 변경 없이 드라이버만 바꿔 NVMe 프로토콜로 바꿀 수 있다. 여기에 RDMA가 도입되면 메모리 레벨에서 직접 통신을 시도해 미디어의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있어 CPU의 명령을 거치는 방법보다 레이턴시를 줄일 수 있게 된다.

향후에는 OSI 7 레이어를 기본으로 하던 아키텍처가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 컴퓨트 자원이 필요할 때 네트워크로 연결해 사용하는 진정한 하이퍼스케일 수준의 컴포저블 아키텍처 단계도 도래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럴 경우 제품별 의존도가 사라지며, 하드웨어단에서의 최적화와 범용화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정의 시대에 하드웨어가 범용적이어서 발생할 수 있는 성능 최적화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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