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레이어4~7 시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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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레이어4~7 시장 분석
  • 정광진 기자
  • 승인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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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트래픽이 하늘높이 치솟았던 99년, 2000년도로 거슬러 가보자. 대부분의 IT 업계가 호황을 구가했던 그 시절, 네트워크 트래픽의 부하를 분산해주는 레이어4~7 장비도 물량이 부족해 공급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좋았던 ‘그 때 그 시절’이 지나간 지금, 레이어2/3의 틈새에서 업체들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숨고르기가 한창인 국내 레이어4~7 시장을 분석해본다.

네트워크의 가장 기초가 되는 OSI7 계층을 살펴보자. 가장 아래 케이블이 지나가는 물리적 계층이 있고, 그 위에 맥(MAC) 주소가 오가는 레이어2, 그 위에 IP 주소로 찾아가는 레이어3가 위치해 있다. 일반적으로 스위치는 레이어2, 라우터는 레이어3에 둥지를 틀고 있다. 물론 라우팅 기능을 동시에 지원하는 레이어3 스위치가 최근에는 보편화된 상황이다.

레이어4는 트랜스포트(Transport), 5는 세션(Session), 6은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 7은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계층이라고 한다. 각 계층에서 데이터 비트(bit) 단위도 틀리다. 물리적인 1계층은 비트, 데이터링크 2계층은 프레임, 네트워크 3계층은 패킷, 트랜스포트 4계층은 세그먼트, 그 위의 계층은 데이터로 칭한다. 위의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장비들은 소위 똑똑해진다.

전 세계는 시스코·국내는 노텔 1위

레이어4(L4) 스위치는 TCP가 존재하는 트랜스포트 4계층에서 트래픽을 처리한다. IDC 정의에 의하면 L4 스위치는 파일 전송, 웹 브라우징, 실시간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 유형을 헤더정보(예: IP 헤더 안의 TCP 포트 ID)를 사용해 구별할 수 있는 장비를 말한다. 따라서 트래픽 우선순위, 대역폭 할당, 액세스 컨트롤, 로드밸런싱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L4 스위치는 특정 서버나 방화벽 등에 몰리는 부하를 골고루 분산시켜 별도의 대역폭이나 서버를 확충하지 않고도 속도를 개선해 준다. 이를 이용하면 고가의 서버를 두지 않고 동급 서버를 여러 대 두는 방식으로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고, 더불어 특정 서버에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다른 서버로 접속시키는 장애복구(fail over) 기능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세션 계층인 L5 이상을 지원하면 레이어7(L7) 스위치라 말하며 특히 HTTP(포트 80) 요청 헤더, 쿠키, URL 정보를 읽을 수 있다. L4 스위치는 주로 로드밸런싱, L7 스위치는 보안, QoS 기능이 강하다. 패킷을 분석하고 제어하는 능력이 L4에 비해 월등한 L7는 주로 님다, 코드레드, 서비스 부인 공격(DoS) 등의 네트워크 공격 및 해킹, 바이러스를 차단하는데 주로 이용된다.

L2/3에 비교해 L4~7은 시장이 작다. ID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랜 스위치 매출 규모는 151억4,000만달로 나타났으며, 그 가운데 L4~7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 3.5%였던 것에 비하면 증가된 수치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L4~7은 보안, QoS 등 응용분야가 넓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애로우포인트를 인수한 시스코가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알테온을 인수한 노텔, 파운드리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전문 업체로는 F5, 탑레이어, 라드웨어 등이 있고 엔터라시스, 익스트림, 쓰리콤도 주력은 아니지만 지원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판도는 완전히 다르다. 전 세계 시장을 점령한 시스코는 맥을 못 쓰는 반면, 알테온을 인수한 노텔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노텔의 성공 요인은 국내 시장에 먼저 진입했다는 선점효과와 함께 강력한 채널을 꼽을 수 있다. ‘웹 스위치’라는 용어를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한 노텔은 오픈베이스, 앤콤정보시스템, 씨앤지테크놀로지 등 충성도 높은 채널의 영업력을 통해 99, 2000년 통신/서비스사업자(SP), IDC, 금융권 등에 대량으로 물량을 공급했다. 이는 국내에서 장비업체와 채널이 함께 성장한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시스코의 부진은 역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시스코는 노텔이 국내에서 닦아놓은 견고한 기반을 뚫는데 실패했으며 채널 역시 전문 L4를 집중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를 잡지 못하고, 기존 L2/3 채널에 맡겨 전문성과 영업력에서 뒤쳐졌다.

시스코 코리아 김재욱 차장은 “유독 국내에서만 시스코가 부진하고 노텔이 선전하고 있다. 당초 알테온은 아태지역, 애로우포인트는 유럽이 강세였다고 하지만 노텔의 시장 선점효과가 국내에서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입찰에서도 거의 노텔 장비의 스펙(spec)이 표준처럼 정해져 제안서 맞추기도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L4 이상은 L2/3와는 완전히 별개의 제품이고 스위치 전체 물량에 비교하면 비중도 작다. 기존 채널을 이용하다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물량도 작아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지 않았다. 올 상반기 노텔 제품과 견줄만한 스펙과 가격도 인하한 제품을 선보였고 조만간 전문채널도 발굴해 시장 확대를 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올해 섀시형 제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착실하게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해외에서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는 F5도 진입 시기가 늦었고, 초기 물량 밀어내기 전략을 취하면서 채널과의 관계도 원활치 못해 결국 국내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사이버아이큐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F5와 마찬가지로 짐을 꾸렸고, 의욕적으로 ‘넷스트럭처’ 제품군을 내놨던 인텔도 사업을 HP에 OEM으로 넘긴 후, 완전히 손을 뗐다.

해외 업체의 이 같은 공세에 국내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어왔다. 그나마 다산네트웍스가 군, 공공기관 위주로 버텨왔지만 메트로 이더넷, xDSL에 전사적 역량을 쏟으면서 L4 장비는 뒷전으로 밀려있는 상태다. 아라기술, 신텔정보통신과 같은 국내 캐시업체들도 초기 소프트웨어 기반 서버/캐시 로드밸런싱 솔루션으로 L4의 문을 두드렸지만 현재는 캐시 관련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L4~7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파이오링크의 선전여부도 지켜볼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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