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로 영화보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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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로 영화보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 승인 200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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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고가 아래로 펼쳐진 청계천 7가, 8가는 소위 헌 책방 골목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지역이 헌 책방 못지 않게 비디오테이프 골목으로도 유명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이 거리가 변했다. 비디오테이프 대신 DVD가 매장의 중앙을 장악한 것이다. 이처럼 DVD가 대중화되기까지는 소위 선구자로 불리는 매니아들의 역할이 컸다. 이미 지난 2000년부터 홈씨어터를 구축한 이정욱 인젠 기술이사는 이러한 점에서 선구자적 기질이 다분한 매니아다. <권혁범 기자>

이정욱 이사가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영화에 빠진 뒤에도 일부 ‘영화광’처럼 극장을 제집 드나들듯이 다니거나, 만사 제쳐두고 각종 국내 영화제를 찾아다닌 적도 없다. 그렇다고 감독이나 영화 이론을 공부하기 위해 영화 전문서적을 뒤적인 것도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최신 영화 정보를 접하기 위해 외신을 뒤진 적도, 국내 미개봉 영화를 보기 위해 씨네마떼끄를 찾아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영화광’이라 부른다. 얼핏 보기에 전혀 매니아적 기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를 만나고 나면 왜 자신을 영화광이라고 부르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그의 집에는 훌륭한 홈씨어터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소니 10HT 프로젝터가 AV룸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엑신 스피커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여기에 500여장에 달하는 DVD 타이틀이 빽빽히 벽장을 장식한다. 이 중에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타이틀을 포함해 지역 1 타이틀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DVD 타이틀이 등장하기 시작한 3년 전부터 꾸준히 모아온 결과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영화를 LD판으로 틀어주던 곳이 있었다. 이 곳에서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LD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 DVD가 등장했다. 그래서 LD보다는 DVD로 생각이 기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DVD로 자막·영상·음향 효과 ‘만끽’

홈씨어터 시스템과 다량의 DVD 타이틀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영화광이라면 영화를 보는 나름대로의 기준이나 스타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 이사는 충분히 자신만의 잣대를 갖고 있다. 그는 우선 ‘확실한 재미’가 있는 영화만을 고른다. 그리고 여기에 정확한 번역과 훌륭한 사운드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는 “예전에 ‘사랑과 용기(Shining Through, 1991)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가운데 하나인데, 당시 극장 번역은 수준 이하였다. 결정적인 대사를 놓치는 것은 기본이고, 제대로 의미전달조차 되지 않은 장면도 많았다. DVD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다. 한글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어 자막으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6.1 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는 영화 보는 재미를 2배 이상 끌어올린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그만의 ‘잣대’는 DVD 타이틀을 고를 때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DVD 매니아 상당수가 영화 본편보다 서플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반면, 그는 다양한 옵션 없이 본편만 저장된 DVD 타이틀을 더 선호한다. 너무 많은 컨텐츠는 오히려 영화 감상을 저해하기 때문에 차라리 음향과 영상에 더 많이 신경을 쓴 슈퍼비트 DVD가 훨씬 더 유익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쯤이면 그가 왜 영화광일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광은 단지 남보다 더 많은 영화를 봤거나, 남보다 해박한 영화 지식을 갖고 있거나, 혹은 많은 영화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거기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 이사는 보유하고 있는 많은 DVD 타이틀만큼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진정한 ‘영화광’인 셈이다. (www.data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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