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시스템 4인방 네트워크 사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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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시스템 4인방 네트워크 사업 현황
  • 권혁범 기자
  • 승인 200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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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스토리지 사업에 주력하던 중대형 시스템 업체들이 네트워크 시장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미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져 버린 네트워크 시장이지만, 여전히 가능성만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주로 라우터, 스위치, 전송장비와 같은 기본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들이 과연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 지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네트워크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사라졌다. 올해부터 왕성한 식욕을 자랑할 것으로 예상됐던 MAN(Metropolitan Area Network)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무선랜은 이슈는 되지만 아직 수익사업으로 구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가상사설망(VPN)이나 음성데이터통합시스템(VoIP)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구분 짓기에 어렵다. 그렇다면 올해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무엇을 논해야 하는가?

일부 전문가들은 ‘복고(復古)’가 해답이라고 말한다. 네트워크의 근간이 되는 라우터, 스위치, 전송장비와 같은 기본 네트워크 장비의 변화 없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새로운 피’의 수혈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관계는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네트워크 시장에 활력을 넣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히다찌, 후지쯔, NEC, HP 등 일부 중대형 시스템 업체들이 라우터, 스위치, 전송장비와 같은 네트워크 기본 종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유도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신참에 불과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제법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니치 마켓 공략이 아니라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 업체와의 정면 승부다. 그리고 이 싸움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LG히다찌, IPv6 라우터로 시스코와 정면 승부

메인프레임과 스토리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LG히다찌(대표 이기동)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다름 아닌 라우터 시장이다. 사실 국내 라우터 시장은 시스코라는 거대 항공모함이 완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는 제법 시스코의 경쟁상대로 불리는 주니퍼네트웍스마저도 국내에서는 시스코에 밀려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시스코 신성 구역’에 라우터 시장에서는 완전 무명이나 다름없는 LG히다찌가 과감하게 정면 승부를 걸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6월 LG히다찌가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업계 관계자들은 ‘몇 번 두드리다 안 열리면 그만두겠지’라는 심정으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 결산 결과, 20여개라는 구축 사례가 보여주듯이 LG히다찌는 국내 라우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어떠한 틈새조차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국내 라우터 시장에 이처럼 LG히다찌가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IPv6(Internet Protocol version 6)’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IPv6는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중인 IPv4의 주소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소공간을 32비트에서 128비트로 높여 일반 소비자용과 가정용 디바이스 연결뿐만 아니라 차세대인터넷과 인트라넷을 위해 충분한 주소체계를 제공해주는 기술이다.

당시 시스코는 이 기술을 탑재한 라우터를 보유하지 못했지만, 히다찌는 이미 8년 전부터 개발을 진행해 온 만큼 기술이나 노하우에서 시스코보다 한 수 위였다. 결국 지난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IT시험연구소의 테스트 베드 운용팀에 설치할 라우터로 LG히다찌의 IPv6 기술 탑재 기가비트 라우터인 ‘GR2000’이 공급됐으며, 한국전산원, 범한여행, 고려대 산학관, 모음정보 등의 사이트에 추가 공급됐다.

박해룡 LG히다찌 정보기기사업부 네트워크팀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400여대의 IPv6 기반 라우터 가운데 300대 정도를 히다찌가 공급했다. 특히 일본에서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한국 시장 역시 전체 라우터 시장에서는 시스코와 맞상대할 계획은 없다. 다만 IPv6에서만큼은 앞으로도 시스코를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IPv6는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의 차이일 뿐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시장이고, 이 시장에서 히다찌는 분명 강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LG히다찌는 오는 9월경 IPv4에서 IPv6로 이행하는데 필요한 트랜슬레이터 ‘AG8100’를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인핸스드 IPv6 라우터인 테라급 스위칭라우터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네트워크 컨설팅 업무의 비즈니스화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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