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디지털 혁신 위한 첫 걸음 ‘RPA’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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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디지털 혁신 위한 첫 걸음 ‘RPA’ (2)
  • 윤현기 기자
  • 승인 2019.02.0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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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체 없이 업무 부하 효과 커…관리·운영에도 초점 맞춰야

AI 기술의 확산에 따라 우려됐던 사안 중 하나는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었다. 실제 일부에서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던 만큼 이 같은 우려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RPA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으며, 되레 도입 이후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한 설문조사 결과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들은 다른 직무를 맡길 원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해당 업무로 인해 어떠한 판단 없이 단순 노동만 하게 되면서 커리어가 발전한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담당자들은 본업보다 단순 반복적인 주변 업무들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로 봤다. 이처럼 실제 RPA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우려하는 바와 같이 노동력을 침해하는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RPA 도입으로 인해 업무 정확도가 올라간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기업에서 RPA 솔루션을 도입할 때 노동력 절감으로 인한 인건비 감소효과보다 얼마나 업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느냐를 검토하고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사람이 지속할 경우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그러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RPA 봇은 이러한 문제없이 일관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한 만큼 실제 업무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RPA는 기업들이 최근 화두로 삼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첫 단추로써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I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고자 기업들은 앞 다퉈 디지털화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어떤 기업은 전사 클라우드 도입을, 또 다른 어떤 기업은 레거시 데이터센터의 현대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다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RPA 도입을 통한 ‘일하는 방법의 혁신’이 될 수 있다. 이는 과도기적인 현재 상황에서 손쉽게 디지털화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진다.

이를 종합해보면 RPA 솔루션의 도입은 일자리 감소와 같은 부정적인 효과보다 오히려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여겨지며 그 쓰임새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희정 삼정KPMG 상무는 “우리나라와 문화가 비슷하면서도 다소 앞서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사 RPA를 도입한 곳을 비롯해 많은 기업에서 RPA를 도입해 활용 중이지만, 아직까지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가 보고된 적이 없다”며 “오히려 RPA 봇을 활용한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됨으로써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RPA 성장 단계(자료: 유아이패스)

국내 RPA 시장 본격 개화

RPA에 대한 효과가 점차 증명되고,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국내 RPA 시장도 점차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점차 중소기업 등에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RPA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관련 컨설팅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RPA 소프트웨어 업체 빅3 중 이미 두 곳이 지난해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국내에서의 급격한 수요증가로 지난해 지사를 설립한 오토메이션애니웨어(Automation Anywhere)는 최근 기업들의 인력 활용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돕는 ‘디지털 워커(Digital Workers)’를 출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 측은 ‘디지털 워커’가 기존의 한 가지 업무만 처리하는 단순한 봇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스킬(skill)을 지닌 디지털화된 인력이라고 강조한다. 인지·분석 능력을 결합해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 하는 미래형 인력 모델로, 빠른 속도, 정확성, 확장성을 바탕으로 실제 업무를 처리하고 협업하는 인간 인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아이패스(UiPath) 역시 지난해 초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국내 고객 유치를 위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 유아이패스는 ‘1인 1로봇’이라는 자동화 시대를 선도하고자 AI와의 연계를 통한 발전과 기업의 모든 정보 체계를 연결하고 새로운 효용을 부가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모든 인지 기술과 AI, 프로세스 마이닝, 산업별 패키징 등의 관련 생태계를 확장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업계 유일의 RPA 무료 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초중고 및 대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디지털 인력 양성까지 관여하며 향후 2년 내 전 세계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디지털 관련 직업을 만들어 주겠다는 포부를 공표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파트너사인 LG CNS와 RPA 해커톤을 개최하고, 무료 온라인 RPA 교육에 한글 자막을 추가하는 등 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RPA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구매 SCM 솔루션 전문 기업 엠로는 지난해 ‘스마트rpa’ 솔루션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축적된 구매 SCM 데이터와 지식을 기반으로 구매 분야 첫 RPA 솔루션을 개발한 엠로는 반도체 장비 제조 대기업 등에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IT 인프라 솔루션 전문 기업 이든티앤에스는 한국형 RPA를 지향하는 ‘웍트로닉스’를 출시했다. 이는 다수의 글로벌 및 국내 대기업을 위해 RPA 솔루션 컨설팅 및 구축 경험을 토대로 자체 개발한 RPA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해외 RPA 솔루션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내 RPA 시장에서 국산 솔루션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한국IBM, 베스트텍시스템 등은 오토메이션애니웨어와, 한국후지쯔, 포스크ICT, KT DS, 한솔PNS, 아주큐엠에스 등은 유아이패스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고 RPA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 RPA 적용 사례>

KT는 기업의 경비 처리를 더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챗봇 기반의 ‘전표를 대신 처리하는 전표 로봇(이하 전대리)’ 솔루션을 자체 개발, 사내에 적용했다. ‘전대리’는 챗봇 기반의 RPA 프로그램으로 자주 처리하는 전표의 이력을 추천하고, 시스템 접속하지 않아도 메신저 채팅을 통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전표에 필요한 계정, 적요 등을 선택해 모든 전표 처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솔루션이다.

그동안 경비 처리를 위해서는 전표가 발생할 때마다 사용자가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처리해야 했다. 또한 시스템 내에서 전표 처리에 필요한 계정, 적요 등을 모두 수작업으로 입력해야만 전표처리가 가능해 업무 처리 시간이 오래 걸렸다.

KT는 ‘전대리’를 적용하면 기존 대비 최대 90% 이상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장근무 등으로 PC 접속이 어려운 영업직원을 위한 전대리 모바일 버전도 올해 말 출시 예정이다.

오렌지라이프도 2018년 3월 도입한 RPA 시스템을 계약 심사 등 45개 업무 프로세스에 확대 시행한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신계약, 데이터 산출, 값 검증, 고객관리, 보험상품 관리, 보장내용 관리, 사후 관리 등 총 33개 프로세스에 RPA를 1차 적용한 바 있다.

1차 도입 시 단순 반복업무 자동화에 중점을 뒸다면 2차에서는 계약심사, 고객관리, 보험사기 수사, 조직관리, IT운영 등 업무 시 오류 감소, 장시간 수행 업무 적용 등에 중점을 두고 도입됐다. 특히, 안내장 검수, 고객 주소변경 업무를 업무시간 외에도 RPA로 수행할 수 있게 돼 담당 직원의 업무 만족도가 크게 올랐으며, 관련 업무의 효율이 높아졌다.

관리·운영에 초점 맞춰야

RPA에 대한 국내 관심이 높아진 것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비록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이라 해도 국내에서는 50여 개 이상의 봇을 도입해 운영하는 곳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PoC를 거쳐 소규모 도입 단계에만 머물러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인 만큼, 아직까지는 RPA 도입에 관련된 이슈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이 RPA를 도입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도입 이후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RPA 봇이 사람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려면 특정 권한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봇에도 권한이 주어질 수 있다. 이때 권한이 주어진 봇을 노린 사이버공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봇에 대한 운영은 어느 부서 혹은 팀이 담당할지, 오류가 발생할 경우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진행할지 등에 관련한 것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재는 적은 수의 봇만 운영하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향후 봇이 확대되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반드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실례로 일본에서 4~500개의 봇을 활용하고 있는 한 기업은 로봇 인사팀을 별도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각 봇들을 대상으로 사람과 동일하게 부서와 직급을 할당했다는 점이다. 이는 봇 관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안이었다.

기업은 내부적으로 재무팀, 인사팀, 회계팀 등 각각 역할과 업무가 분리해 운영된다. 하나의 팀, 한 사람에게 모두 맡기지 않는 것은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함이다. 재무는 자금 조달, 회계는 자금 지급, 인사는 인적 관리 등 개별적으로 내부에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만약 봇 하나에 조달 관련 업무, 지급 역할 등 여러 업무가 주어졌을 때 이를 관리하는 사람이 위험을 일으킬 지도 모를 노릇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RPA 운영·관련을 위한 컨설팅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전사 RPA 적용과 같이 봇이 확산된 모범 사례가 없는 만큼, 내부적으로 면밀히 분석해 최적의 모델을 찾기 위한 방안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삼정KPMG는 이에 더해 산업별 표준 RPA 패키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RPA 도입 또는 확산을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경우 매번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듈화된 ERP, AI 챗봇, RPA 등을 필요에 따라 패키지화해 공급할 수 있는 표준화된 솔루션을 기획 중이다.

RPA 도입, 망설이면 뒤처져

관련 업계에서는 RPA 도입에 있어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미 RPA의 효과와 그 이점이 많이 알려져 있는 이상, 필요할 경우 빠르게 도입해 그 혜택을 누리는 편이 좋다는 설명이다. 뜬구름 잡듯이 모호한 개념을 가진 솔루션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 가능하고 검증된 솔루션인 만큼, 거부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일하는 방식에 대한 개혁이 일어나고 있으며, 점차 봇과 일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빨리 습득하지 않으면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미래 모습을 전망하면서 현재 대부분의 업무용 PC에 메신저가 설치돼 있듯이, 향후에는 봇도 기본으로 설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활용하지 못 하는 사람은 분명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A는 PC에 봇이 설치돼 있는 줄도 모르고, B는 이를 활용해 업무에 시켜놓고, 본인은 다른 업무에도 공수를 들일 수 있다면 그 성과 차이가 확연히 벌어진다.

어렵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를 떠올리면 비슷하다. 초기에는 써야 할지 몰라 사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일상으로 돼 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기술들은 굉장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물론 현업에서 이를 모를 수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기술 변화에 대해 빠르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 역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봇을 이용하는 것이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이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RPA 도입 전략이라는 말이 통용될 수 있지만,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는 아무런 전략이 필요 없다. 그냥 필요한 라이선스만큼 구매해서 사용하면 될 뿐이다.

그동안 새로운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대개 하향식(Top-Down)으로 도입됐지만, RPA 솔루션은 오히려 상향식(Bottom-Up)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업무 담당자들이 필요하다 여기고 도입을 요청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도입한다 해도 어떤 업무에 적용해야 할지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 머지않아 다가올 ‘1인 1봇’, 혹은 ‘개인 비서’ 시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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