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디지털 혁신 위한 첫 걸음 ‘RPA’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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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디지털 혁신 위한 첫 걸음 ‘RPA’ (1)
  • 윤현기 기자
  • 승인 2019.02.0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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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쟁력 강화 요소로 ‘주목’…자동화 기반 업무 생산성·효율성 향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의 자동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시스템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회사의 워크플로우를 단순화하고, 확장성과 유연성을 함께 제공한다는 이점으로 인해 점차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 RPA는 무엇이며, 또 어떻게 활용 가능한지 알아봤다.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도모해야 할 주요 가치로 평가된다. 같은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더 많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또는 적은 자원만 투입하더라도 이전과 동일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많은 솔루션과 방법들이 고안됐다.

농경사회에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이모작을 시행하고 비료를 활용했으며, 산업혁명기에는 기계를 도입해 대량생산체제 기틀을 다졌다. 뒤이어 현대사회에서는 사무실, 공장 등에 자동화설비가 갖춰져 효율성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 절감도 이뤄냈지만, 이 역시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저렴한 제품이라 해도 생산에 드는 최소한의 원가 이하로는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건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기에 이를 줄이기 위한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추세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인원을 줄이는 것이지만, 기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 이하로는 낮추기 힘들다. 그 대안으로 ‘디지털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법이 제안됐고, 이를 제품화한 솔루션이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경직된 노동시장 문제 타파

최근 디지털 노동력이라 불리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 솔루션이 기업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RPA는 소프트웨어 봇(Bot)을 이용해 사람이 하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 등 저부가가치 업무를 자동화시켜 처리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업무 및 차별적 비즈니스 가치 발굴 등의 창의적 업무에 인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이다.

RPA는 IT시스템 개발에서 시스템통합(SI) 자동화를 위해 시작됐다. 사람과 달리 장시간 노동에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동일한 성과를 지속할 수 있었으며, 간혹 발생할 수 있는 사람의 실수(Human Error)마저 하지 않기에 뛰어난 작업 효율성을 보였다. 이에 복잡한 사고와 판단력을 요하는 업무가 아니라면 충분히 디지털 노동력으로써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고, 그 결과가 현재의 RPA다.

RPA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RPA의 기술적 개념이 등장한 시기는 이미 10여년이 지났다. 유럽, 미국 등에서는 이미 4~5년 전부터, 일본은 3년 전부터 기업들이 RPA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1~2년 전부터 RPA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는 점차 경직되고 있는 노동시장 트렌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인건비가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쉬운 구인/구직도 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이 필요한 노동력을 저렴하게 원하는 만큼 들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은 기 보유 인력들을 좀 더 고부가가치 업무에 투입하고, 해당 인력들이 담당하던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업무를 디지털 노동력에 할당함으로써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고, RPA를 통해 이를 달성하고 있다.

확대되는 RPA 솔루션 시장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RPA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관련 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18년 RPA 소프트웨어 관련 전 세계 지출액이 전년보다 57% 증가한 6억8000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나갈 경우, 2022년에 이르러 RPA 소프트웨어 시장이 24억 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늘날 RPA를 가장 많이 도입하는 곳은 은행, 보험사, 공익기업, 그리고 통신사들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조직들은 회계 및 인사관리 시스템의 서로 다른 요소들을 통합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기존의 수동 작업이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거나 레거시 시스템의 기능을 자동화하기 위해 RPA 솔루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트너는 매출 10억 달러 이상인 조직의 60%가 2018년 연말까지 RPA 툴을 구축했다고 봤으며, 2022년 말에는 대기업 및 초대기업의 85%가 어떤 형태의 RPA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시 톤보움(Cathy Tornbohm) 가트너 부사장은 “조직들이 비용 절감, 레거시 애플리케이션과의 연결, 그리고 높은 ROI 달성을 위한 방법을 모색함에 따라 RPA 도구는 2018 가트너 AI 하이프사이클의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 단계에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RPA 공급업체의 수가 증가하고, 이러한 기능으로부터 수익을 얻고자 하는 소프트웨어 테스트 업체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공급업체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재무·인사·회계 등 기업 공통에 적합

RPA가 디지털 노동력으로써의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좀 더 빠르게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인공지능(AI)과는 달리 정해진 워크플로우만 따라 작업하는 것이기에 사람을 지원하는 보완재로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초기 RPA는 IT 통합테스트나 개발 등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수치의 맞고 틀림을 찾아내는 등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 사용됐다. 이후 IT 업무 외에도 구매, 인사, 재무, 회계 등에서도 단순 반복적인 작업이 많은 만큼 RPA가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고, 실제로 구현 가능한 업무를 찾아 적용해보는 과정이 이어졌다.

실제로 기업 내에서 RPA가 적용 가능한 곳은 어떤 업무들일까? 가령 인사 업무를 예로 들어보면, 새로 입사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사내 ERP에 입력하고, 급여 지급 관련 항목도 기록해야 하며, 휴가 일정 관리 등 매번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히 적용이 가능했다. 그뿐만 아니라 재무, 구매, 회계, 총무 등 기업 공통 업무 대부분이 인사와 같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들이 많은 만큼 RPA의 적용이 가능했다.

이처럼 다양한 업무에 RPA가 활용될 수 있음이 확인되면서 RPA의 성장세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럽 등지에서 RPA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현재 RPA는 기업 공통 업무들에 한해 일정 부분 표준화 단계까지 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 RPA 도입 효과

보수적인 국내 기업, RPA 도입·확산 느려

RPA는 도입 시 여타 소프트웨어 솔루션보다 컨설팅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편이다. 그 성과가 눈으로 직접 확인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RPA 도입의 첫 단계는 PoC(Proof-of-Concept)부터 시작한다. 적게는 2~3개부터 많게는 5개 이내의 업무를 선택해 적용하고 테스트해보는 구간이다. 대부분 기업 공통 업무를 대상으로 시작해보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2~3개월 정도 진행하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PoC 결과가 도출되고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면 실제 업무에 소규모로 도입을 해보는 단계로 이어진다. 기업은 이 단계에서 평균적으로 10여 가지 업무에 RPA를 적용해볼 수 있다. 해당 업무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들이 주를 이룬다. 짧게는 1~2주, 좀 더 수치에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3~4주 정도면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규모 도입 단계에서 RPA가 추구하는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 절감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소규모 도입 결과에 만족하면 더 많은 부분에 RPA를 적용할 수 있는 확장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RPA 적용 대상 업무는 30~50개로 늘어나게 되며, 이제야 기업이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RPA의 효과는 여타 솔루션들에 비하면 비교적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레거시 시스템 환경에서 ROI를 확인하려 하면 대략 3~5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RPA는 1년여 정도 만에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RPA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소규모 도입 이외 전사 확장하는 단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신기술 도입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등장했을 경우 이를 테스트삼아서라도 도입하지 않는다. 대신 타 기관·기업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핀 후, 그제야 도입을 검토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스템 검증에 있어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주저하다가는 빠르게 변하는 IT 트렌드에 뒤처져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문철호 삼정KPMG 상무는 “RPA 솔루션들은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사례가 많으며, 기업 공통 업무들은 일정 부분 표준화 단계까지 와 있는 만큼 적용에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국내에서는 현재 은행, 대기업 제조사 등 일부에서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점차 대기업 외 중소기업에서도 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컴플라이언스 등 연계 확산

RPA 솔루션의 핵심인 봇은 업무 처리를 위한 도구다. 간혹 일부에서는 봇과 업무의 개념을 혼선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하나의 봇이 주어진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만큼 ‘1봇=1업무’라는 공식도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다.

봇과 자동화라는 의미로 인해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엑셀 프로그램의 ‘매크로’ 기능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봇은 매크로와 달리 사람이 업무 처리를 위해 하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가령 매크로는 해당 프로그램 내에서만 그 기능을 수행할 뿐이지만, 봇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넘나들며 권한이 주어진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봇과 컴퓨터 간 비교도 자주 일어나는 주제다. 둘 다 디지털 도구로써 사람의 노동력을 보완해준다는 역할은 같지만, 컴퓨터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반면 봇은 단일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물론 봇도 여러 업무 수행이 가능하지만, 주어진 업무가 끝나고 순차적으로 다른 업무를 하나하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러 업무를 처리하게 하고 싶으면 여러 개의 봇을 활용하면 된다.

아울러 봇과 사람이 다른 점은 의사 판단이 불가능하고, 주어진 하나의 업무가 끝날 때까지 해당 업무만 하게 된다는 점이다. 대신 사람과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해내는 점은 분명 강점이다. 실제로 하나의 단위 업무를 처리하는데 사람이 할 경우 3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봇은 단 10분 만에 이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RPA 봇은 디지털 노동력으로써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RPA 봇은 단순히 봇으로써만 활용되기보다 AI, 컴플라이언스 등을 연계해 업무 처리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점차 그 연계효과가 강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AI 챗봇, 머신러닝, 광학문자판독기(OCR) 등과 연계된 차기 RPA 개념이 등장하고 있으며, 기술로 구현될 경우 더욱 강력한 성능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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