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른들을 위한 잔혹 우화 ’작은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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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어른들을 위한 잔혹 우화 ’작은 곰’
  • 강석오 기자
  • 승인 2018.11.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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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잔은 홀로 외롭고 고단한 길을 걷는 이들에게 건네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 우화 <작은 곰>을 출간했다.

<작은 곰>은 ‘어른들을 위한 잔혹 우화’라는 문구처럼 숲속 동물들을 만나며 인간 군상과 삶을 알아 가는 작은 곰의 잔혹한 여정을 다루고 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 <길 위의 토요일>이 자전적 이야기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면 <작은 곰>은 홀로 외롭고 고단한 길을 걷는 이들을 위로하며, 아무리 혹독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함께 하는 작가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목판화로 제작한 19장의 삽화가 어우러진 <작은 곰>은 잔혹하고 어둡다. 풍자나 해학을 통해 교훈을 주고자 하는 보통 우화와 다르게 <작은 곰>은 100쪽이 채 안 되는 짧은 분량만으로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면 진이 빠질 만큼 인간 군상에 냉소적이다.

밀렵꾼의 총알에 어미를 잃고 두려움에 떨던 작은 곰이 자신을 부르는 듯한 휘파람 소리에 이끌려 숲속에 발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숲에 깊이 들어갈수록 다양한 동물을 만나며 조금씩 성장하는 냉혹한 여정이 펼쳐지는데, 작은 곰이 맞닥뜨린 숲과 동물들의 모습이 지금 이 시대와 인간 군상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작은 곰의 어깨에는 밀렵꾼에게 얻은 상처가 선명하다. 모두가 한두 번쯤은 겪었을 아픔을 상징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완전히 아물지 않을 깊은 흉터다.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인 작은 곰은 운명이 이끄는 대로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그 모습이 아픔을 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작은 곰의 여정이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하루가 무섭게 잔혹해지는 세상에서 어른이 되어 가며 살아남는 방법은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세우고 자신을 지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픔을 드러내면 약자가 되어 낙오되는 냉정한 세상이기에.

첫 페이지에는 ‘나의 유년 시절에게’라는 헌사가 있다. <길 위의 토요일>에서 밝힌 대로 불운한 정신을 가지고 태어나 방황하는 동안 놓치고 지나 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미안함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걸 감사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의 유년 시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어떠한 길을 걸었고, 걷고 있고, 걸어갈 터, 현재 서 있는 곳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주어진 운명을 따라 꿋꿋이 나아가고 있으니까.

작가는 상처 입은 작은 곰을 통해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고 운명이 이끄는 대로 혹독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고 그 의미를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지라도.

작은 곰의 마지막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경외심과 안타까움, 짠한 동정심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온갖 고난을 겪었지만 작은 곰은 절대로 걷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자들에게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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