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네트워크 시장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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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네트워크 시장 진단
  • 정광진 기자
  • 승인 200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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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엔터프라이즈를 근간으로 하는 중대형 네트워크 시장은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형 네트워크 시장의 상황은 어떨까? 물론, 전반적인 IT 경기 침체라는 악재를 빗겨가지 못하고 있지만 중대형 시장과는 또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용산을 메카로 유통 중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소형 네트워크 업계를 진단해본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시스코, 노텔, 알카텔, 익스트림 등은 확실히 중대형 네트워크 시장의 강자다. 그러나 소형 네트워크 시장의 강자는 따로 있다. 국내 SMB(Small & Midium Business) 시장의 맹주는 쓰리콤이고 소호(SOHO ; Small Office Home Office)로 내려가면 링크시스, 넷기어, 디링크(D-Link), SMC와 같은 실력자들과 이들보다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가격경쟁력은 엄청난 대만 업체들, 그리고 틈새시장에 국내업체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최종 사용자를 상대로 랜카드, 허브, 언매니지드 스위치 등에 집중해왔다. 최근 들어 DSL/케이블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IP 공유 라우터가 효자품목으로, 무선랜 관련 제품이 향후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소호·PC방·100인 이하 중소기업이 주 고객

100인 이하 중소기업, 학내망, PC방, 사이버아파트, 일반 가정을 주도 대상으로 하는 소형 네트워크 업계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나마 꽁꽁 얼어붙은 통신/엔터프라이즈 시장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99년, 2000년도만 하더라도 사이버아파트, PC방, 학내망 등에서 엄청난 수요가 생기면서 한 몫 잡았던 업체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당시 랜카드만 한 달에 10만장을 공급하는 곳도 있었고, 허브를 구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고도 한다.

소형 네트워크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들은 프로젝트성 사업보다 유통에서 소화되는 물량이 크다. 따라서 용산을 기반으로 한 유통업체들의 입김이 센 편이다. 이 시장은 벤더-디스트리뷰터-리셀러-엔드유저의 유통경로 속에서 벤더(Vender) 마켓이 아닌 셀러(Seller) 마켓을 형성하고 있다.

일반소비자는 가전제품과 같이 특별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와 지식이 없기 때문에 리셀러가 추천하는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일반소비자의 구입 방식은 가격이 첫 번째, 브랜드가 그 다음이기 때문에 리셀러 입장에서도 가격경쟁력이 있고, 마진이 높은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대만산 저가 브랜드가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나마 고급 브랜드로 꼽혔던 인텔은 일반 네트워크 장비 사업은 포기하고 랜카드나 무선랜 관련 제품만 영업하고 있고, 쓰리콤은 100명 이상의 규모를 가진 SMB와 고급 사용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쓰리콤, 넷기어, 얼라이드 텔레신, 아기어의 오리노코 등 다양한 장비업체 제품을 영업하고 있는 웨이코스의 윤상현 이사는 “과거에는 쓰리콤과 인텔이 고가브랜드, 국산/대만산이 밑단에 위치하면서 중간브랜드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넷기어, 링크시스, SMC와 같은 업체가 진입하고 밑단에 위치하던 업체들도 중간으로 올라오면서 중간브랜드의 층위가 두꺼워졌다”면서 “유통시장에서 기술적으로 제품 차별화를 꾀하기는 힘들다. 결국 가격,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능력, A/S 지원에서 승부가 난다”고 덧붙였다.

장비 업체들을 피라미드 구조로 분석하면 꼭대기에 쓰리콤, 중간에 넷기어, 링크시스, 액톤/SMC 등이 위치하고 그 하단에 슈어컴, 이포텍, 오비스링크, 레벨원 등 대만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유통에 있어서는 쓰리콤/링크시스를 취급하는 인성정보, 쓰리콤/SMC의 코리아링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고, 쓰리콤/넷기어/얼라이드 텔레신/아기어 오리노코를 다루는 웨이코스가 신흥강자로 부상중이다. 이 외에도 ATK(리포텍/액톤), 라이트컴(레벨원), 디지털링크코리아(시스코/오비스링크) 등 용산에서 잔뼈가 굵어온 업체들도 무시할 수 없다.

장비업체와 채널이 모두 윈-윈 한다면 좋겠지만 서로의 입장이 달라 문제를 겪는 경우도 많다. 장비업체는 채널이 자사 제품에 좀 더 신경을 써 많이 팔아줬으면 하는 바램이겠지만, 채널은 한 장비업체 보단 여러 업체의 제품을 취급해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는 것이 수지가 맞을 것이다. 또한 쿼터 양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인성정보는 당초 링크시스 디스트리뷰터를 맡으면서 기존 쓰리콤 채널을 이용해 영업해 들어가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쓰리콤 리셀러들이 링크시스 영업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아 전략을 수정하게 된다. 한승구 링크시스 코리아 지사장은 “쓰리콤 채널을 업고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은 실수였다. 쓰리콤 장사를 잘 하는 곳이 굳이 링크시스 영업에 힘을 쏟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올 초부터 정책을 수정, 인성정보와 함께 링크시스와 같이 성장해 나가고 싶어 하는 채널을 발굴해 현재 90% 정도 정비됐다”고 말했다.

액톤SMC 코리아와 ATK의 관계도 미묘한 상태. 액톤이 SMC를 인수하면서 두 회사가 합병됐지만 제품은 여전히 따로 가져가고 있는 이 회사는 SMC는 코리아링크, 액톤은 ATK와 각각 마스터 디스트리뷰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ATK는 액톤SMC 코리아가 SMC에 치중하면서 액톤 영업지원에는 소흘하다는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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