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기업 e-비즈니스 전략 분석 : 현대건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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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기업 e-비즈니스 전략 분석 : 현대건설 편
  • 김영미 기자
  • 승인 2002.05.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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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IT환경이 척박한 건설업계에서는 드물게 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어 전 세계 현장을 IT로 연결한 현대건설의 이정헌 CIO 사무실에는 의미있는 구호가 걸려 있다. 「Change it, With IT」, 국내외 뿐만 아니라 거래처 및 고객까지 IT로 연결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정헌 CIO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현대건설은 지난해 CIO 직제와 IT 기획부를 신설했다.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경영자의 의지가 IT를 통해서 발현된 것이라 보면 된다. 현대건설에서 CIO 직제를 도입하고 IT 기획부를 신설한 것은 현업의 요구사항을 적절히 포용하고 IT 프로젝트 추진시 프로그램 설계 단계부터 현업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현대건설 IT기획부에는 다년간 현업 업무에 종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현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IT 부서원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한편 개발과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현업 직원을 IT 기획실에 다수 배치한 배경은 무엇인가.

IT는 실제 현장에서 적절히 쓸 수 있어야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편리한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업무를 자동화하는 개념이 강했지만 이제는 전체 아키텍처를 그리고 그 안에서 차례대로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시장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적어도 5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한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들도 라이프사이클이 길어야 한다. 그러려면 비즈니스 이슈를 정확히 꿰고 있어야 한다. IT 마인드로 프로그램을 구축해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 설계는 현업이 하고 개발만 IT 부서가 해야 한다.

■ 건설ERP의 경우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사례를 듣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e-비즈니스를 포함해서 19개 산업군 중 건설업종이 IT 분야에서 가장 낙후돼 있다. IT는 특성상 뭔가를 바꾸는 작업이다. 그런데 건설업종 종사자의 경우 어떤 업종보다도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많다.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바꾸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이 발생한다. 자재 배합, 온도, 날씨 등 과학적인 요소들을 감으로 처리해왔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면이 있다.

■ 현대건설이 그리고 있는 건설사 e-비즈니스의 그림은.

ERP 8개 모듈을 중심 축으로 견적관리시스템, 인사관리, 품질관리, 문서관리, 그룹웨어, 지식관리, 전자도서관, 기술지원시스템이 ERP를 둘러싸고 있다. 현대건설 ERP의 경우 현장 데이터를 사무실로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위에서 나열한 레거시 시스템이 ERP 시스템과 별개로 매칭되는 형태로 돌아간다.

지난 4월 오픈한 해외 ERP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되면 현장과 고객, 거래선을 아우르는 협업시스템 구축에 들어간다. 협업시스템은 기존의 B2B, SCM, CRM 기능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의 시스템이다. 올 하반기에 들어서면 상당 부분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99년 ERP 패키지 솔루션을 도입, 국내외 각 현장을 IT로 연결한 배경은.

검증된 IT 솔루션 패키지의 장점은 구축 자체가 고객과 투자자, 주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철저한 거래선 관리를 통해 채권, 채무 상황을 언제든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번 기표된 전표는 취소하지 못하도록 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분식회계의 의혹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투명하고 정확한 회계자료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대내적으로는 거래당일의 자료를 즉시 조회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 지난 4월 해외현장까지 ERP를 구축했는데, 시스템의 특징은.

해외 ERP 시스템은 규모면에서 업종 최대 규모다. 국내 400여개 현장을 비롯하여 전세계 43개국에 C/S 환경으로 520개 사업현장에 구축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경영진의 의지가 놀라웠다. 기본적으로 ERP는 탑다운방식의 프로젝트다. 따라서 조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힘들다. 경영진의 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에 걸쳐 구축한 해외 ERP의 경우 개발기간 동안 운영위원회를 운영했는데 관리본부장 및 부서본부장 회의때 최고경영층이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SAP측에서도 놀랐다고 한다. ERP의 성공요소는 오픈 전에는 경영진의 의지. 오픈 후에는 데이터 오너십이다. 데이터 오너십은 지켜봐야 하지만 경영진의 의지는 높이 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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