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노이즈 마케팅 기승…가짜뉴스 주의보”
상태바
“가상화폐 노이즈 마케팅 기승…가짜뉴스 주의보”
  • 김선애 기자
  • 승인 2018.01.15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상화폐, 결제수단이지만 법정통화 아냐…‘가상화폐 규제로 블록체인 발전 저해’ 사실무근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 정부에서 조율되지 않은 이견이 잇달아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검증 없이 언론을 통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투자 성공사례’라고 하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SNS와 방송에서 전파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 후 폭발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잇달아 입장을 발표했으며, 15일 국무조정실 브리핑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방침이 아니라고 강조했으며, 범정부 차원에서 부처간 이견을 조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발표하면서 엇박자를 내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정부 발표에 따라 시장이 크게 요동치기 때문에 정부 입장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더불어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에 있어서 미래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과열된 투기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조종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상화폐를 규제해야 한다 vs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단순한 찬반 논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가상화폐를 화폐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활성화하려고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만 규제를 강화하면서 갈라파고스를 만든다는 주장도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가상화폐, 법정통화로 인정한 국가 없어”

가상화폐와 관련, 일본에서는 법정통화로 인정했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일본의 백화점과 일부 상점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통화로 인정받았다는 주장인데, 법정통화와 결제 가능한 수단은 다르다. 상품을 구입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수단은 현금, 신용카드, 상품권, 포인트 등 다양하다. 결제수단 중 하나로 가상화폐를 사용한다는 것이지, 법정통화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일본은 2014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파산한 후 가상화폐 정책을 마련했으며, 2016년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시행하고, 인가받은 거래소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받도록 했으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인가를 취소하도록 했다.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는 가격 등락에 따른 소비세를 내야하며, 기업이 보유할 때는 자산으로 인정해 회계처리를 하도록 했다.

미국 역시 가상화폐를 통화가 아닌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가치가 오르면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 가상화폐를 채굴하거나 거래 수단으로 사용할 때, 거래가 이뤄지는 날을 기준으로 소득세를 과세한다. 주별로 규제가 다르지만 법적통화로 인정한 곳은 없으며, 거래소는 인가제로 운영하고, 거래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 비트코인 탈취 악성코드 작동 방법(자료: KISA)

“가상화폐 규제로 국부가 유출된다?”

가상화폐가 범죄수익금을 숨기고 탈세를 위한 자금 은닉처로 사용된다는 비판은 오래 전 부터 지적돼 왔다. 가상화폐는 조세회피처에 자금을 빼돌리는 것 보다 쉽게 자금을 숨길 수 있으며, 자금세탁도 쉽다. 가상화폐 시장의 큰 손은 중국이 지난해 ICO를 전면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하는 초강경 대책을 발표하자 이러한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가상화폐는 신종 환치기에도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 경찰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는데, 그는 불법환전소를 차리고 중국에서 위안화를 받아 비트코인으로 바꾼 후 한국에서 원화로 바꾼 뒤 지급하는 방법으로 120억원 상당의 위안화를 불법 거래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것이며, 원화 밀반출이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원화가 해외로 반출 된 후 가상화폐로 전환되면 추적이 불가능해 국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입하기 위해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외환송금을 해야 한다. 2000달러 이상 해외송금 시 지급증빙서류가 필요하며, 연간 5만달러 이상이면 영업점을 통해서만 해외송금이 가능하고 지급확인서와 거래사실 증명서, 납세 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연간 지급 누계액이 1만 달러를 초과하면 국세청에 자동 통보된다. 국세청 추적을 피해 해외에 송금하려면 불법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를 대행하는 중개인이 등장한다면 더 큰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

“가상화폐 보안 취약점으로 인한 피해 눈덩이”

규제와 관련해서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또 다른 주장은, ‘강력한 규제로 인해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고 대량의 자금 인출 사태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이다.

지난해 해킹으로 파산신고를 한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은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도 않았다. 유빗은 파산이 아니라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해 거래를 정지시켰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전 공지 없이 지난달 19일 밤 2시간 동안만 매매와 현금출금을 단행해 피해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유빗 이용자들은 돈이 묶인 채 한 달 넘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과 가상화폐 탈취 사고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가상화폐 이용자들의 커뮤니티인 ‘땡글’에는 가상화폐를 탈취당했다는 사례가 수 없이 등장한다. 자동 채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가 탈취당하기도 하고, 이전에 유출당한 개인정보가 가상화폐 탈취에도 이용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사고는 2016년 5월 발생한 이더리움 지갑 탈취 사고이다. ‘패트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보안 전문가가 이더리움 초기부터 채굴해 온 7218개의 이더를 잃어버렸다. 그는 공격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이더리움 지갑에 보안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알려 보안 패치를 적용하게 했다.

▲ 7218개의 이더를 도난당한 ‘패트릭’이 이더리움 지갑에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보안패치를 조치하도록 했다. 이 후 커뮤니티에서는 ‘패트릭’이 이더리움 보안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모금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출처: https://www.ddengle.com/trade_voted/1256883)

“가상화폐 규제로 블록체인 발전 저해된다?”

가상화폐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블록체인은 거래 참여자가 많을수록 거래가 안정되고 신뢰가 높아진다. 더 많은 참여자를 모으기 위한 인센티브로 가상화폐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가상화폐는 ICO 당시 참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무상으로 증정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이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대표적인 주장이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가상화폐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소수의 강대국이 주도하는 기존 통화질서를 대체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개념으로 시작됐다. 특정 정부가 주도하는 중앙통화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으며, 앞으로 어떤 가치를 갖게 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애초 설계했던 대로 민주적인 글로벌 경제 질서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로 자리잡을지, 거대한 도박장이 될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이다. 거래 증명을 여러 사용자들이 나눠 가져 한 번 생성된 거래기록을 변경시킬 수 없게 한다. 거래의 무결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가 필요한 모든 인증에 사용될 수 있다.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성공사례는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장부로 사용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스마트 컨트랙트, 물류, 전자투표 등에서 사용되고 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 시범서비스에도 사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이미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데, 가상화폐 규제로 블록체인 산업 발전이 저해된다는 것은 논리비약이다.

또한 블록체인이 해킹에 불가능하다거나 해킹에 취약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블록체인도 소프트웨어인 만큼 취약점이 있을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시적인 취약점 점검과 보안관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은 블록체인만의 문제는 아니며, 임직원, 사용자, 시스템 등 전반에서 나타나는 보안 취약점의 문제이기 때문에 거래소 전반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