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가는 세상 (1)
상태바
상상을 현실로…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가는 세상 (1)
  • 윤현기 기자
  • 승인 2017.11.22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전 검증 통한 개발 시간·비용 단축…완성도 높여가기 위한 최적 방안

오래전부터 인류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새처럼 하늘을 날아보고자 하는 마음은 비행기를 만들어냈으며, 달에 가보고자 하는 마음은 우주왕복선과 로켓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실제로 비행기가 상용화되고, 달에 인류의 발자국을 남기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떠오른 것이 시뮬레이션(Simulation)이다. 시뮬레이션은 현실과 동일한 조건을 가진 가상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는 방식으로,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시간·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안전하기에 점차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편집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하는 과정은 기업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이전보다 또는 경쟁사보다 더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생각만큼 제품 사양을 높이거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초기 설계가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의 여부도 불투명하거니와 가능하더라도 다양한 조건들로 인해 구현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제품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 제품에는 판매 후 제품 성능을 최적화하고, 각 제품과 환경 간 통신이 이뤄지며, 향후 개선을 위해 설계팀에 사용 정보를 공급하는 많은 센서가 부착돼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는 디지털 솔루션 내에 전체 제품 라이프 사이클을 진화시키는 강력한 데이터 관리와 분석 기능을 필요로 한다.

모든 과제는 편안함, 내구성과 같은 기존의 성능 요구 사항과 함께 추가로 달성돼야하기 때문에 설계 프로세스에 더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 엔지니어링 부서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매개 변수, 데이터, 제품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기존의 검증 및 확인 접근 방식은 더 효율적으로 수행돼야 하며, 사용하는 제품과 밀접하게 연결돼야 한다.

예로 자동차 개발 과정을 살펴보자. 초기 설계 단계에서는 배기량, 연비, 중량 등 개발하려는 자동차의 대략적인 사양이 정해진다. 이때는 그런 사양을 가진 자동차를 개발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된 것뿐이며, 실제 자동차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양이 결정되면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어진다. 제시된 배기량과 연비에 맞춰 엔진을 개발하며, 중량을 견딜 수 있는 바퀴도 마련한다. 이외 조향장치, 제동장치, 안전장치 등 자동차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들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개발된 자동차가 처음 제시된 사양을 반드시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사양대로 자동차를 만들었어도 연비가 떨어진다거나 중량이 초과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조정(Tuning) 과정을 거치면서 사양 변경이 일어나기도 하며, 지속적인 조정 과정을 거쳐 사양에 근접하는 안정된 자동차가 만들어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실제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단순히 한 번 만들어보는데 의의가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기업은 자동차를 만들어서 판매해야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전 모델 또는 경쟁사 모델보다 뛰어나면서도 안정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많은 조정과 테스트를 거칠 수밖에 없다.

▲ 제품 설계 시뮬레이션 과정 모식도

개발 시간·비용 절감

발달된 정보통신기술(ICT)이 우리 경제·사회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세상은 또 한 번의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시대가 되면서 기업들은 빠르게 변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체제로 변해야만 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대부분의 제품들은 기계적인 기능(mechanical functions), 전자(electronics), 소프트웨어, 제어장치(controls) 등이 결합된 복잡한 제품 개발 환경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링 부서들은 이러한 다양한 측면을 통합적으로 적용한 스마트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원자재와 제조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동시에 더 짧은 설계주기 동안에 설계 작업을 완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 대안으로 시뮬레이션이 활용되고 있다. 시뮬레이션은 실제 환경과 동일한 가상 환경을 구축해 쉽고 간편하게 테스트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앞서 언급한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양을 만족시키는 안정된 제품을 만들기까지 많은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만약 매번 시제품(Prototype)을 제작한다면 개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생산라인이 갖춰져 대량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양산품과는 달리 시제품은 많은 제작비용을 필요로 하며,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면 매번 시제품을 제작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정 과정에서도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개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를 제공한다.

김영우 매스웍스코리아 전무는 “시뮬레이션은 가상 환경에서 이뤄지는 적합성 테스트이자 짧은 기간 내 최적의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개발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제품 출시에 소요되는 시간(Time-To-Market)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 검증 통한 사용자 안전성 보장

시뮬레이션이 가진 또 다른 강점은 사용자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테스트하는 항목에는 사람이 직접 하기에 위험한 내용들이 다수 존재한다. 실제로 제품의 내구성을 확인하기 위해 극한의 온도에서 테스트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사람이 직접 영하 50도의 냉동실이나 섭씨 100도 이상의 불가마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뮬레이션이 없었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테스트들은 수도 없이 많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시뮬레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충분히 많은 테스트를 필요로 한다. 지난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토요타의 토요타 아키오 CEO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142억KM의 주행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바 있다. 이는 시간당 100KM를 달리는 자동차 100대로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약 7년 동안 주행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거리에 해당한다.

그만큼 많은 양의 주행 테스트를 실제로 진행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문제도 있지만, 이를 담당하는 사람의 안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ADAS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기에 테스트 주행 중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고자 자율주행차 연구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도 마찬가지다. 항공기에 탑재되는 새로운 장비들이 개발될 때도 조종사가 시험 생산된 장비를 탑재해 비행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낀다. 검증되지 않은 장비이기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기에 해당 분야에서도 새로운 장비들을 만들 때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충분히 테스트하면서 검증하고 있다.

이처럼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분야와 사례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요구사항을 엔지니어들이 경험에 기반해 설계하고 필드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이제는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요구사항들을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를 증명하면서 사용자의 안전까지 보장하고 있다.

제조 혁신의 첫 단계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상 환경이 실제 환경과 동일하게 구축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뮬레이션 대상 역시 실제와 동일하게 구축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강조되는 것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GE에서 만들어낸 개념으로, 컴퓨터 내 가상 환경에 실제와 똑같은 가상 모델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기·모양·재질·중량 등 실제 요소를 디지털 환경에서 동일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에 ‘디지털 쌍둥이’로 표현된다.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 실제 모델의 특성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최적화 된 제품 생산이 가능하며, 궁극적으로는 제조 분야의 혁신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홍정호 지멘스인더스트리소프트웨어 상무는 “제조 환경 혁신을 위해서는 제품(Product)과 생산(Production), 성능(Performance)의 세 가지 디지털 트윈을 필요로 한다. 가상 환경에 위치한 생산 라인에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이 제 성능을 발휘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제품 생산에서의 최적화를 이룸과 동시에 진정한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매스웍스 시뮬링크가 제공하는 모델 기반 개발

손쉬운 모델 생성 지원

시뮬레이션이 제조 혁신을 위해 필요한 부분임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시뮬레이션을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과거에는 통계·분석 전문가들이 시뮬레이션 진행을 맡았으며,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후반부인 검증 단계에서만 활용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제품 콘셉트 설계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으로 그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비용 절감 및 타임 투 마켓이 제품의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르자 이를 위한 시뮬레이션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들을 속속들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디지털 트윈이다. 얼마나 실제와 동일한 가상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에 따라 정확한 검증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매스웍스에서는 모델 기반 설계(Model-Based Design) 기법을 지원하는 ‘시뮬링크(Simulink)’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시뮬링크는 가상 시제품을 빠르게 제작하고 테스트 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어떤 R&D 공정에서라도 디자인 콘셉트를 확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모델 기반 설계 기법이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시 첫 디자인 공정에서부터 모델이란 매개체를 기반으로 디자인 사양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함으로써 설계 단계 후의 구현, 시험 검증의 각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프로세서 간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최소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델은 제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및 제어 대상인 물리적인 시스템의 동작 기능, 컴포넌트 특성으로, 블록 다이아그램(block diagram)과 스테이트 차트(state chart) 등을 통해 비주얼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즉, 과거 설계사양을 기술하는 문서 중심으로 공유하던 시스템 디자인 정보를 누구나 쉽게 이해가 가능한 도식화된 모델 형태로 정의한다.

또한 모델의 동작기능, 컴포넌트 특성, 성능을 기술하여 모델링 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디자인 정보 문서에 따라 일일이 수작업으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코드를 작성하는 대신 실시간 자동으로 동작하는 코드를 생성해 준다. 수작업에 의존한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소요되는 막대한 코딩 및 디버깅 시간뿐 아니라 빈번히 발생될 수 있는 오류의 가능성도 대폭 줄여 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