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책 한권 어때요”…책 골라주는 자판기 ‘설렘자판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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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책 한권 어때요”…책 골라주는 자판기 ‘설렘자판기’ 눈길
  • 강석오 기자
  • 승인 2017.08.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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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이어 스타필드 고양에도 설치… 아날로그 감성과 헌책방 온기 전해

스타필드 고양은 9만1000㎡의 규모에 130여개의 매장이 입점한 대형 복합쇼핑몰로 유명 브랜드가 즐비하지만 독서를 도와줄 책 자판기가 설치돼 눈길을 끈다. 바로 2층 디자인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 매장 안에 위치한 ‘설렘자판기’다.

‘설렘자판기’는 랜덤으로 책을 추천해주는 이색자판기다. 추리, 로맨스, 여행, 지식교양, 아동, 자기계발, 힐링, 랜덤 등 8개의 장르중 하나를 선택하면 오랜 세월 책을 다뤄온 헌책방 주인이 미리 골라 놓은 책 한 권이 나온다. 책에서는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과 헌책방의 온기가 전해져 온다.

▲ 고양 스타필드 설렘자판기

이 설렘자판기를 운영하는 주체는 7명의 연세대학교 학생들이다. 3년 전, 이들은 지식의 보고가 되어 왔던 헌책방들이 쇠퇴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책 it out’이라는 이름으로 ‘헌책방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책 it out’ 팀원 이해연(23, 국제학부 4년) 씨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헌책방거리의 책과 소비자들을 연결하기 위해 설렘자판기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청계천 5~6가 사이의 버들다리부터 오간수교까지 약 300m 구간에 자리 잡은 헌책방 거리는 1960년대 만들어져 한때는 200개가 넘는 서점이 성업했다. 그러나 최근 종이책 인기가 떨어지고, 온라인 서점이 늘어난 여파로 손님이 줄어 현재는 20여개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이틀 헌책방을 찾아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헌책방 주인들을 돕는다. 지난 6월 초 런칭 이후 설렘자판기에서는 일주일에 100권 가까이 되는 책이 판매된다. 처음에는 무슨 책이 나올지 모르는 책 자판기에 대해 학생들의 시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헌책방 사장들도 이제는 학생들이 오는 시간을 기다린다. 설렘자판기에서는 5000원으로 헌책방 주인이 장르에 맞춰 선별한 깨끗한 헌책 한 권을 살 수 있다.

‘덕인서점’ 백석민(58) 사장은 “어린 학생들이 꾸준히 찾아와 열심히 일도 돕고 성과를 내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고 내 자식 같다”며 “참 고마운 학생들”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 청계천 헌책방거리

학생들은 잊혀져 가는 헌책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책 it out’ 팀장 이현진(21·경영학과 2년) 씨는 헌책방 살리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요즘은 사람들이 쉽게 물건을 사고 빨리 버린다. 중고책의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되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자판기에서 책을 뽑는 재미와 더불어 헌책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바꾸고 싶어요.”

책 it out 팀원 현지윤(23, 영어영문학과 4년) 씨는 헌책방의 책 중 하나를 펼쳐 보여주며 말했다.

그는 “이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는 헌책은 낡고 더러운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설렘자판기에 들어가는 헌책방의 책들은 새 것 같은 양질의 책이다”며 “설렘자판기를 통해 헌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또 다른 목표는 설렘자판기를 통해 책과 소원해진 현대인들에게 유쾌하고 쉬운 독서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책 it out’ 팀원 허빈(22, 국제학부 2년) 씨는 “스마트폰에 지친 사람들, 독서가 하고 싶지만 책을 고르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설렘자판기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헌책방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설렘자판기는 대학로에 위치한 텐바이텐 대학로점에서도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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