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UX 분석으로 생산성 향상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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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UX 분석으로 생산성 향상 도모
  • 윤현기 기자
  • 승인 2017.06.05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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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비소프트, UX 개선 위한 위한 사용성 테스트 진행…차기 제품에 반영

최근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사용자 경험(UX)을 강화했다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사양이나 기능에 집중했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추세다. 이는 UX가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데 큰 기준이 됐음을 방증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어렵다면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UI/UX 플랫폼 전문기업 투비소프트도 최근 이 같은 추세를 반영, 사용자 분석을 통한 UX 개선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특이한 것은 평소처럼 구매 고객(엔드 유저)의 UX 개선이 아닌, 개발자를 대상으로 UX 개선을 도모했다는 점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투비소프트 배영하 수석과 정해인 수석을 만나 UX 프로젝트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 들어봤다.

▲ 투비소프트 배영하 수석(왼쪽), 정해인 수석

투비소프트는 올해 하반기 출시할 HTML5 웹 표준 플랫폼 ‘넥사크로 17’의 사용성 개선을 위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간 UX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과거에도 이 같은 사용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시행된 프로젝트는 조금 특별했다. 엔드 유저(구매 고객)가 아닌 개발자 UX 개선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정해인 수석은 “넥사크로는 UI/UX 개발을 위한 툴이다. 기존 툴들은 직접 사용하는 개발자보다 제품을 구매하는 엔드 유저들을 대상으로 UX를 고민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발자가 툴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 하면 결국 엔드 유저들도 선뜻 제품을 구매하지 않게 될 것이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배영하 수석은 “몇 년 전 글로벌 IT기업 컨퍼런스에 참가했었다. 당시 새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제품 발표가 있었는데, 신규 기능을 추가했다는 것보다 그동안 사람들이 잘 쓰지 않았던 기능들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며 “사용자들로부터 해당 기능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피드백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사용자들의 로그를 분석해서 어떤 기능이 잘 사용되는지 사용되지 않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수행 조직과 연구 조직의 의미 있는 협업

배 수석과 정 수석은 오래 전부터 이 같은 프로젝트를 시도해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엔드 유저들에게 비중이 많이 치우쳐 있기도 했지만, 개발 프로젝트 이후 발생하는 오류 등에 대응하다보니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기존에 마련된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별도 과정을 추가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X 프로젝트는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기회는 찾아왔다. 경영진도 UX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넥사크로 17’ 개발에 UX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결정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의미가 있었던 것은 외부에서 엔드 유저들을 직접 대응하는 컨설팅 그룹(수행 조직)과 내부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개발본부(연구 조직)가 합심해 진행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두 조직은 각자가 맡은 역할로 인해 협업하기가 어려웠지만, 툴을 만드는 팀과 사용하는 팀이 함께 제품 개선에 나서면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배영하 수석은 “UX 프로젝트가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면 점차 개발자 친화적인 툴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발자들의 사용 습성이나 패턴 등을 반영해서 개발하게 되면 사용성이 좋은 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사용성이 좋아지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ROI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수렴해 이를 기반으로 사용성 개선을 진행한다. 특정 기능을 부각시키면 좋겠다거나 메뉴 위치를 변경해 달라 등 사용자들마다 다양한 요구사항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대다수가 제시한 의견들을 반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배 수석은 이러한 요구사항들이 근본적으로 사용자들의 UX를 개선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용자들이 단순히 불편하다 또는 이런 기능이 구현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들이 특정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투비소프트는 사용자들이 직접 제품을 사용해 과업을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분석하는 UX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러나 시간과 여건상 제품의 모든 기능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없었기에, 자주 사용되는 특정 기능을 대상으로 심층 분석을 진행했다.
 

3개월간의 심층 분석…의미 있는 이슈 발굴

UX에서 요구사항을 수집하거나 찾아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투비소프트는 자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 중 어느 것이 좋을지 검토했었고, 이를 토대로 UX 전문가들이 직관적으로 써보고 부족하다고 하는 점, 어렵다고 하는 점 등 사용성 요소들로 휴리스틱 평가를 진행했다. 어떤 부분에서 부하가 걸리고 이슈가 나올 것 같다는 세 가지 포인트들을 도출했고, 이 중에서 가안을 세워 정말 그런지를 개발자에게 과업을 부여한 상태로 관찰을 진행했다.

배영하 수석과 정해인 수석의 주도로 시작된 투비소프트의 UX 프로젝트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진행됐으며, 8명의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사용성 테스트에 참가했다. 테스트에 참가한 사람들 숙련도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분류됐다.

▲ 투비소프트가 진행한 UX 프로젝트 진행 당시 모습. 정해인 수석(왼쪽)과 배영하 수석(가운데)이 사용성 테스트 참가자가 과업을 수행하는 것을 관찰하고 있다.

사용자 테스트는 참가자 한 사람당 1시간 30분 이내로 진행됐다. 배 수석과 정 수석은 참가자들이 동일한 과업을 부여했으며, 별도의 간섭 없이 옆에서 관찰을 실시했다. 테스트 참가자가 해당 과업을 할 때 어떤 기능을 사용하는지 과업 화면을 캡처하고 동영상을 촬영했으며,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의 표정 변화도 세세히 살폈다. 과업이 끝난 이후에는 관찰한 기록을 토대로 참가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슈를 도출해내고자 했다.

비록 모집단이 8명밖에 되지 않은 첫 시도였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이슈들이 발굴됐다. 초급자들이 겪는 이슈가 있었고, 반대로 고급자들이 겪는 이슈도 있었다. 상대적인 비교 분석이 가능해졌고, 이를 토대로 제품 기능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투비소프트가 프로젝트를 하면서 중점적으로 봤던 것은 초급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거나 숙련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두 가지 측면이었다. 그러나 초급자에 수준을 맞추면 고급자들이 꺼려했다. 진입장벽이 낮으면 거쳐야 하는 단계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급자들은 단축키만 있어도 빠른 생산성을 보였지만, 초급자들은 단축키만 있으면 툴을 사용하기 어려워했다. 학습해야 할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차별점은 존재하면서도 초급자와 고급자를 위한 기능들을 모두 다 제공해주는 방안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딱 부러지는 정답은 없지만 어느 부분까지 학습을 해야 하고, 어느 부분까지는 바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지 등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정해인 수석은 “엔터프라이즈 개발 툴 UI/UX는 기존 개발자들의 경험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지난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툴을 개발하는 사람도 이번 프로젝트 과정을 보면서 신선한 경험을 느꼈다고 했다. 같은 기능을 여러 사람들이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이것도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적은 모집단 보완 위해 UX 방법론 적용

이번 UX 프로젝트는 카테고리를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가 도출됐다. 초급/중급/고급 숙련자로 구분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와 개발자/디자이너로 구분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가 제각각이었다. 또한 특정 기능을 활용할 줄 알고 모르고의 차이 등도 도출됐다.

정해인 수석은 “테스트 참가자들 중 특정 기능을 활용한 이들이 더 빠른 속도로 과업에 필요한 화면을 만들어낸 경향이 있었다. 해당 기능 자체가 개발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데 그 기능을 못 찾은 사람들이 느리게 개발했다는 결과가 나왔기에, 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앞단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숨겨진 기능을 도출해나가는 프로젝트도 별도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모집단이 8명에 불과했지만, 공통적으로 오류를 겪고 힘들어하는 것이 발견되면 다른 사용자들도 해당 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배영하 수석은 “UX도 페르소나가 있다.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성격을 부여해서 ‘저 사람이면 이럴 것 같다’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100명의 사용자를 만족시키려면 100명에 대해 모두 다 조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대신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잘 쓸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도 효과가 있기에 이 같은 UX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도출된 이슈들

개발자로 돌린 시선…사용자 분석 위한 단초 제공

투비소프트가 진행한 UX 프로젝트는 기간도 짧고 모집단도 적지만, 이를 통해 도출된 이슈는 회의실 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빽빽하게 나타났다.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차기 제품 출시 일정에 맞춰 테스트 시 중점적으로 봤던 생산성을 높이는 기능 활성화와 초보자 및 고급자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툴이 될 수 있도록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단순히 도출된 이슈를 구현시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현된 제품을 다시 한 번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하다 못해 부족할 지경이다.

투비소프트는 이번 UX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자 친화적인 툴을 만드는 것과 더불어 사내 전반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수행 조직과 연구 조직의 협업으로 상호 공감대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엔드 유저에만 치우쳐져 있던 시선을 개발자로 돌리는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경 쓰지 않던 부분에 대해 이제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정해인 수석은 “이번 UX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냈다기보다 가안에 대한 근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특정 기능이 좋다고 의견을 표했을 때와 분석과 관찰을 통해 내려진 결론을 제시하는 것에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자는 단순히 개인의 의견이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후자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배영하 수석은 “사용성 개선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기능을 쉽고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용자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도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테스트 시 사용자가 과업을 힘들게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인터뷰 때 물어보면 아니라고 답했다. 이는 습관이 됐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고 복잡한 것도 그냥 넘어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단순히 사용자 인터뷰만 해서는 이런 문제를 찾기 힘들다”며 “향후에는 개발자 멘탈(Mental) 모델도 만들어보고 싶다. 인터뷰나 테스트를 하지 않아도 개발자들이 어떤 성향을 보이고,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다는 데이터가 쌓일 수 있다. 이를 분석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회의실 벽을 가득 채운 테스트 도출 이슈들

투비소프트의 사용성 향상 프로젝트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다. 사용자들이 겪은 불편함의 이유를 판단해 개선해나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를 지속해 개발자를 위한 최고의 생산성 보장 툴을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다. 앞으로도 테스트를 지속하며 모집단도 늘릴 예정이다. 3개월 동안 8명이 진행한 짧은 프로젝트였지만, 이들이 모이면 점차 상세하고 많은 데이터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영하 수석은 “투비소프트와 같은 이런 방식을 다른 곳에서 접목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많은 툴들이 기존 경험을 유지시켜주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투비소프트는 UX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개발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해인 수석은 “개발자들이 접하는 투비소프트 제품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소규모로 테스트만 진행된 상태지만, 향후에는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조직도 만들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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