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벤처기업 생존의 길
상태바
위기의 벤처기업 생존의 길
  • 강세호 삼성네트웍스 경영고문
  • 승인 2002.03.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벤처와 관련된 각종 게이트들이 발생하고, 벤처기업을 대표해 온 메디슨의 부도 등으로 벤처업계는 큰 시련을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디지털 경제를 선도했던 「벤처호」가 타이타닉처럼 이대로 좌초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각종 게이트를 바라보면서 벤처업계 나름대로 자체 정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바이오 업계를 리드했던 메디슨을 살리자는 노력들이 바이오·의료기기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0.05%가 벤처생태계 망친다

「벤처 시련기」를 맞아 꼭 피해야 할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부분적인 현상들을 마치 모든 벤처기업에 싸잡아서 적용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2만개 이상의 벤처기업 중에 문제가 되는 기업은 10개 미만, 즉 0.05%도 안 된다. 99.95% 이상의 대다수 벤처기업들은 오늘도 어려운 가운데 「생존」 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정상적이고 도덕적인 부류이다.

벤처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을 결정하는 키워드는 「경쟁력」이다. 경쟁력의 결정 요인은 기술, 사람, 경영능력, 자본, 마케팅 능력, R&D 등으로 나열될 것이다. 대기업과 달리 벤처기업들은 앞에서 열거한 경쟁력 결정 요인을 모두 갖추고 시작할 수 없다. 처음에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출발한 벤처기업들은 다른 요인들이 다소 부족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에서 이웃의 도움을 받는 네트워킹을 바로 생태계라고 부른다.

경영컨설턴트로 잘 알려진 윤은기 박사는 그의 저서 「귀인」에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를 도와 줄 사람, 즉, 귀인」이라고 정의했다. 귀인은 자신이 하는 비즈니스의 가치를 이해하고, 상대방이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생태계 또는 귀인 네트워크가 꼭 벤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조직의 형태에서 항상 존재하는 건전한 네트워크이다. 대기업, 공공기관, 비영리 단체, 협회, NGO 할 것 없이 이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사회의 진화를 위해 자기 역할을 다한다. 생태계의 기본은 「힘이 있는 곳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이 때 힘이란 정치적 파워, 자본, 비즈니스 라인 등 참으로 다양할 것이다.

생산성과 경쟁력이 우선 잣대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보면 다음의 일화가 있다. 진나라 재상 중의 한 사람이 재상시절에는 자신을 찾아와 기거하는 식객이 수천명이 되었는데, 재상에서 물러나자 식객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흩어져 버렸다. 그 재상이 얼마 후 다시 재상의 자리에 오르니 식객들은 다시 구름 떼처럼 모이게 된다. 이 때 그 재상은 다시 몰려드는 식객들이 서운하고 얄미워서 싫은 소리를 한다.

옆에서 재상을 돕던 집사는 『그들이 흩어졌다 모이는 것은 당연한 세상 이치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다시 모여준 것에 감사하며, 더 이상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면 재상의 자리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충고한다. 집사의 충고를 받아드린 재상은 다시 모이는 식객들에게 큰절을 하고, 친절하게 대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재상의 식객들은 밖에 나가 재상의 인덕을 널리 알리게 되고, 재상은 그 후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오늘날 각종 게이트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생태계 그 자체가 아니고 바로 상식을 벗어난 「부도덕성」이다. 사회의 규범과 법·질서를 뛰어 넘는 지나친 귀인 네트워크를 경계해야 한다. 게이트의 원인을 구태여 파고들면, 벤처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보다는 단기적인 금융이득을 노린 부도덕한 거래를 중시하면서 생긴 것이다. 벤처업계에서 게이트의 당사자들을 벤처인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제는 많은 건전한 벤처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작금에 벤처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야 할 때이다.

벤처기업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벤처기업을 설립할 때 가지고 있던 「우수한 기술과 솔루션의 사업화」란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이 급선무다. 자신만의 경쟁력을 확고히 한 후, 적절하게 벤처 생태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야말로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업가치의 잣대로 떠올라야 한다.

둘째, 기술 인프라나 솔루션 시장에 이어 창조적인 응용서비스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고속도로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유달리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 있다. 지리적으로 그 곳 주변의 환경을 살펴보면 예외 없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놀이공원이나 관광단지, 위락시설, 대형 백화점, 업무단지 등이 있다. 사람들이 생활 속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곳이다.

생활가치 높이는 시장 창출 절실

지금까지 벤처사업의 유형을 살펴보면 주로 기술이나 솔루션 중심의 회사들이다. 벤처기업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기술을 팔고자 하지만, 실제로 사고자하는 시장이 형성되지 못해 사업에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정보기술(IT) 시장의 확장을 주도해 온 것은 네트워크나 통신망, 하드웨어 또는 솔루션 등 인프라 중심의 사업이었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소비자 시장이 줄어들게 되고, 새로운 수요가 형성되지 않음으로 인해 인프라 시장이 정체 현상을 맞게 되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가활용이나 식생활, 건강, 복지, 관광 등 생활가치(Life Value)를 높일 수 있는 시장 창출이 연계되어야만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다음으로 벤처사업을 위한 목표 기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IT는 기술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생명기술(BT),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로의 영역 확장이나 조화를 구해야 한다. 이들 기술 영역은 독자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사람을 중심으로 BT는 인체 내부적인 기능을 대표하는 기술이고, ET는 인체 외부환경을, 그리고 CT는 사람의 정서적인 환경을 표현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기간 기술인 IT와 BT, ET, CT를 포괄하는 생활기술(Living Technology, LT)이 서로 결합되면서 새로운 서비스 시장으로 진화할 것이란 점을 벤처기업가는 염두에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 보다는 쌀을 구하고 밥을 짓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초기 벤처기업의 육성방법은 바로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과 같이 자금이나 시설 등 직접적이고 단순한 하드웨어적인 지원이 많았다. 지금까지의 지원체제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벤처가 스스로 일어 설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주고 사업화를 도와 줄 수 있는 간접적인 지원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벤처 스스로가 「正道의 벤처」로서 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비즈니스 문화를 갖추어 가며 경쟁력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바로 앞으로의 벤처기업이 험난한 복합 불황의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www.dataNe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