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ASP③] 오리엔트시계 ERP ASP 적용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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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 ASP③] 오리엔트시계 ERP ASP 적용사례
  • 김영미 기자
  • 승인 2002.0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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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시계 제조업체인 오리엔트 시계는 ERP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한 ASP 업체에 전산실 업무를 모두 일임했다. 30여 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내 전산실을 없앤 것. 여기에는 이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범선 부장의 역할이 컸다.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당연한 결정이었다는 이부장은 중견기업이 사내 전산실을 힘들게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핵심 비즈니스를 위해선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전한다. 그가 자신의 자리를 내주면서까지 ERP ASP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성남시 남부경찰서 옆에 자리잡고 있는 오리엔트 시계 공장은 건물 한 동이 세로 120미터, 가로 50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건물이다. 마치 일제시대의 학교를 보는 듯 하다. 점심시간에 복도 끝에서 끝까지 뛰면 소화가 다 된다는 오리엔트시계는 설립한 지 30년이 넘는 전통제조기업이다.

이곳의 정보시스템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이범선 부장을 알게 된 것은 한 ASP 서비스 업체 사장의 『이상한 사람을 봤다』라는 말을 듣고서였다.

「CEO 비즈니스」라고 불리우는 ERP시스템 ASP 사업은 실무부서장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모델이다. 자신의 자리가 들썩이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ERP ASP 사업이 확산되지 않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 사람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오리엔트 시계의 이범선 부장은 자신이 직접 자사에 어울리는 전산실 모델을 찾아 공부하고 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업무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적절한 업체를 선정했다고 한다. 「자신의 목」을 자르는 일을 힘들여 공부하면서 했다는 말이다. 이상하지는 않아도 「드문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자리 연연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

그를 만나고 나서야 납득이 갔다. 오리엔트 시계는 몇 년전부터 ERP 시스템에 해당하는 MIS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해왔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수입제한 철폐로 유명 브랜드를 가진 외국업체가 물밀 듯이 들어오는 등 시장상황이 급변했다. 또 휴대폰이 확산되면서 시계를 구입하는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어 국내 시계시장은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따라서 90년대 초반까지 1,300명이었던 오리엔트시계의 직원은 IMF 외환위기 이후 200여명으로 줄였다. 생산업무는 외주업체에게 하청을 주는 프로세스로 바꿨다.

그런데 문제는 전산실이었다. 한때 23명까지 있었던 전산실 직원이 5명으로 줄어들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려고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미 60%이상 완성됐던 차세대 시스템은 개발을 중단했다.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것조차 힘겨워진 것이다.

이부장은 제조업 전산실에서 능력있는 사람을 데리고 있기란 무척 힘든 일이었음을 털어놓는다. 게다가 불어닥친 벤처바람으로 직원들은 경력을 2∼3년 채우기가 무섭게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 버렸다. 이부장은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마치 파도를 타는 듯 했다』고 회상한다. 『탈만하면 거세게 몰아쳐와 삼켜버리고 겨우 움직이려고 하면 다시 몰려오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는 이부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는 오리엔트 시계만이 닥친 상황이 아니다. 매출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중견업체들도 3년차 이상의 전산실 직원을 갖고 있는 곳이 드물다. IT 인력들이 전통기업에서 자신의 비전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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